강렬한 드럼 사운드와 함께 파란 물감통에 온몸을 담갔다 나온 듯한 민머리 남자 3명이 무대로 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 ‘블루맨’이라 불리는 이들은 입을 꾹 닫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기상천외한 놀이를 즐긴다. 마시멜로, PVC파이프, 시리얼 등 일상 소품은 재미를 배가시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비언어극 ‘난타’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세계적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팀 ‘블루맨 그룹’(Blue Man Group)이 한국 무대에 다시 섰다. 2008년 첫 내한공연(서울 세종문화회관)이 ‘록 콘서트’에 가까워 아쉬움을 남겼다면 이번에는 블루맨 그룹의 오리지널 공연에 가까운 버전으로 지난 15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막을 올렸다.
198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 특유의 블루맨 캐릭터를 고안한 크리스 윙크, 맷 골드먼, 필 스탠턴에 의해 창단된 블루맨 그룹은 현재까지 세계 25국 3500만명 관객을 끌어모았다. 올해 월드투어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여성 2명이 맡는 라이브밴드도 참여해 블루맨 연기에 리드미컬한 색채와 역동성을 입혀준다.
이들 상징인 푸른색 분장은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바니 하스는 “분장은 하나의 의식으로 공연 전 캐릭터에 (나 자신을) 이입하는 시간”이라며 “분장을 지우는 데도 한 시간가량 걸리는데, 완전히 지워지진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베개에도 파랗게 묻어있다”고 웃었다.
공연 중 어려움은 없을까.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느라 웃음을 참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16년차 블루맨으로 이번 월드투어 팀에 합류한 스콧 스파이저는 “항상 무표정으로 연기하는데, (상대 배우나 관객 반응 때문에) 웃긴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웃지 않아야 한다”며 “블루맨들이 공연 중에 잠깐 뒤돌아 있거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장면이 가끔 있다. 그때는 웃음을 숨기고 있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을 향해 공연 중간중간 소리도 지르고 박수 치면서 어린이처럼 신나게 즐겨달라고 했다.
이들은 “무대엔 블루맨 세 명이 있는데, 관객을 네 번째 블루맨이라고 생각하고 공연한다”며 “저희가 에너지를 주는 것도 있지만, 관객에게 받는 것도 크다. (한국 관객들이) 있는 그대로 공연을 즐겨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쇼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는 무대와 가장 가까운 ‘스플래시 존’을 추천한다. 물감 등 퍼포먼스 재료들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이 구역 관객에게는 일회용 우비가 제공된다. 오는 8월 7일까지 코엑스아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