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국을 사랑한 일본인 형제

주일한국문화원 ‘길 위의 인문학’
2022년 한·일 교류 현장 답사 재개

韓 전통공예 연구 아사카와 형제
고향 호쿠토시서 도자기 등 전시
행사 참가 일본인 “다시 오고파”
주일 한국문화원이 18일 일본 야마나시현 호쿠토시에서 진행한 ‘길 위의 인문학’ 행사 참가자들이 아사카와 노리타카·다쿠미 형제자료관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호쿠토=강구열 특파원

“그 시절(일제강점기) 일본인이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사랑한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주일 한국문화원이 18일 일본 야마나시(山梨)현 호쿠토(北杜)시에서 진행한 행사에 참가한 오카모토 미사(岡本美砂·여)씨가 아사카와(淺川) 노리타카(伯敎)·다쿠미(巧) 형제자료관을 관람하고 나오며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사카와 노리타카(1884∼1964), 다쿠미(1891∼1931) 형제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한반도로 건너와 한국의 전통문화, 도자기, 민예 연구에 주력해 한국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발견한 일본인으로 통하고, 1924년에는 ‘조선민족미술관’을 개관했다. 또 식목사업에 헌신해 한·일 우호의 상징적인 인물로 여겨진다.

 

형제의 고향인 호쿠토시는 2001년 이들의 업적과 유지를 기리기 위해 자료관을 만들었다. 한국 생활과 연구를 위해 찾았던 한반도 각지 700여곳 도예지 등을 알려주는 자료, 수집한 도자기와 민속품 등 약 700점을 전시 중이다.

아사카와 노리타카(왼쪽), 다쿠미 형제. 연합뉴스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원이 ‘길 위의 인문학 - 호쿠토시에서 만나는 한국’을 주제로 개최했다. 아사카와 형제를 기리는 일본인의 마음과 함께 한·일 역사,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아사카와 집안의 묘소, 형제의 생가 터도 방문했다. 묘소에서는 참배의 의미를 담아 한국문화원이 준비한 막걸리를 비석 앞에 올리는 것으로 답사를 시작했다. 40세에 한반도에서 세상을 떠난 다쿠미의 무덤이 서울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 내에 있다는 설명에 작은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와 양국 교류사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여행가이드를 한다는 한 참가자는 관광객과 다시 방문해 보고 싶다며 수첩에 빼곡히 메모했다. 한국 도예를 주제로 논문을 쓴 50대 여성 등도 있었다.

 

‘길 위의 인문학’은 한·일 교류의 현장을 찾는 답사 프로그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간 중단했다 올해 재개했다. 재일동포도 대상인데 실제 참가자는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30명을 정원으로 했는데 400명 넘게 신청했다”며 “조선통신사의 흔적이 짙은 시즈오카(靜岡)현 세이켄지(淸見寺), 고구려 이주민이 세운 사이타마(埼玉)현 고마(高麗) 신사를 방문한 과거 행사에서도 일본인들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