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에 경제고통지수·자본시장 모두 최고조 [한강로 경제브리핑]

사진=뉴스1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가 5월 기준으로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치솟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마사회 등 공공기관 18곳이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 D등급(미흡) 이하 ‘낙제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E등급(아주 미흡)을 받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기관장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해임을 건의했다. 검찰 출신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급등 속에 예대금리차 확대를 이용한 은행권의 지나친 이익 추구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21일자에 이런 내용의 주요 경제뉴스를 실었다.

 

◆경제고통지수 21년만에 최고치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경제고통지수는 8.4를 기록해 2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수치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로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이라는 체감지표를 가지고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지수화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 실업률은 3.0%였다. 고용지표가 계절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동월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2001년 5월(9.0) 이후 최고치다.

 

이는 물가 급등에 따른 결과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들어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나마 실업률은 5월 기준으로 2013년(3.0%) 이후 가장 낮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 회복, 직접 일자리 사업 조기집행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고용 지표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물가 급등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경기침체 공포감이 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직후인 지난 16∼17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확률’에 대한 답변 평균치가 44%로 집계됐다고 19일 보도했다.

 

WSJ는 이는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미국의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거나 그 직전에나 볼 수 있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7년 12월에는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응답이 38%,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2월에는 26%였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도 용산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질문에 “통화량이 많이 풀린 데다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며 “정부의 정책 타깃인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생물가를 어떻게든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추가적인 민생 대책 마련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지금 국민들이 (물가 급등 등 경제 위기로)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응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회 원구성이 안 돼 있는데 국회가 정상 가동이 됐으면 법 개정 사안에 대해 법안을 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급락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거래일에 비해 49.90(2.04%)포인트 하락한 2391.03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주식시장 일주일만에 또 ‘검은 월요일’

 

국내 주식시장은 일주일 만에 다시 ‘검은 월요일’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90포인트(2.04%) 내린 2391.03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 다른 시장보다 하락세가 컸다. 코스피 종가가 240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1월 4일 2357.35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5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이날 2400선도 붕괴되면서 일주일여 만에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밀렸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6628억원을 팔아치우며 코스피에서 빠져나갔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날 1100원(1.84%) 떨어진 5만8700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8.77포인트(3.60%) 급락한 769.92에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연저점을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2500개 중 1012개(40.5%)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종가보다 5.1원 오른 달러당 1292.4원에 마감해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말 한때 1만8000달러선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이날 2만달러 언저리에서 불안한 등락을 이어갔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 팀장은 통화에서 “심리적으로 반전을 줄 수 있을 만한 이벤트가 굉장히 부재하다”며 “오늘처럼 조그마한 악재가 생기면 바로 무너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 전경. 뉴스1

◆코레일·LH 등 18개 공공기관 경영평가 낙제점…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해임건의

 

기획재정부는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대 2차관 주재로 제7차 공운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결과는 2020년 말 확정된 ‘2021년도 경영평가편람’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한 것이다.

 

평가 결과를 보면 S등급(탁월)은 한국동서발전 1곳에 그쳤다. 이어 A등급(우수)과 B등급(양호)은 각각 23곳, 48곳이었다. C등급(보통)은 40곳이며, D등급(미흡)과 E등급(아주 미흡)은 각각 15곳, 3곳이었다.

 

D등급을 받은 주요 공공기관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한국마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포함됐으며, E등급에는 한국철도공사,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공운위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기관장에 대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주무장관에게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인 E등급 또는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은 8곳이지만, 현재 재임 중인 기관장은 해양교통안전공단 1곳뿐이다.

 

기재부는 “양호 등급 이상(S·A·B)과 미흡 등급 이하(D·E) 기관 수·비율 등 등급 분포는 전년과 유사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평가는 2020년 12월 말 확정된 2021년 경영평가편람을 토대로 이뤄졌다. 특히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 지표가 100점 중 25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지난해 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를 계기로 윤리경영지표는 3점에서 5점으로 늘어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스1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은행장 첫 만남서 이자장사 경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급등 속에 예대금리차 확대를 이용한 은행권의 지나친 이익 추구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20일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의 취임 후 첫 은행권 간담회 자리였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금리 운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지속해서 높여 나가야 한다”며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은행들은 금리를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함께 예대금리 산정체계 및 공시 개선을 추진 중으로, 최종안이 확정되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운영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해 소비자의 금리부담이 조금이라도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취약층에 대한 사전 관리 강화 역시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은행 자체적으로도 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 조정 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서는 다른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거나 금리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 주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신용, 다중채무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상환 능력 변동 등 밀착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채무상담 및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기업차주의 경우에도 금리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차주기업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평가해 일시적 유동성 애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구조적으로 취약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업 전환·재편 유도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현재 경제·금융 시장 위기와 관련해선 “은행의 건전성·유동성 등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경제충격으로 인한 신용손실 확대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계속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부탁했다. 그는 “보수적인 미래전망을 부도율에 반영해 잠재 신용위험을 고려한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이 적립되도록 협조해 달라”며 “핵심 손실흡수 능력인 보통주 자본비율도 꾸준히 높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외화조달 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해외점포의 거주자 외화대출 등 불요불급한 대출은 자제해 달라”고 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의 필요성도 언급하며 “최근 자산시장에서의 가격 급등락 등으로 금융사고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부 통제 자체 점검을 확대하고 필요하면 내부 통제 조직 및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