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베르댠스크 등 러시아의 점령지에서 갈수록 노골적인 '러시아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발발 사흘 만인 2월27일 베르댠스크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곧 현지 주민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부여, 러시아 여권을 나눠주고 러시아식 교육철학이 담긴 다음학기 교과서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베르댠스크 시립학교 관계자가 러시아 측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그의 열살 아들을 구금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구금된 아이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가 러시아화에 집착하는 것은 수도 키이우 공략을 포기한 상황에서 남부 지역의 통제권을 확보의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자주적 지위를 지워버리고 우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러시아를 비판한 바 있다.
러시아군은 점령 이후 이어진 물가 상승·식량 부족과 같은 문제에서 주민의 관심을 돌리려고 축제를 여는 등 '유화 정책'을 시도하기도 했다.
6일 러시아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를 열었고, 12일 '러시아의 날'에는 러시아 군인과 친러시아 활동가가 가무를 즐겼다. 이날 불꽃놀이도 펼쳐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주민의 저항이 작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한 주민은 WSJ에 "총, 탱크로 트라우마에 빠진 도시에서 무슨 불꽃놀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침공 이후 유일하게 기뻤던 때는 우크라이나군이 베르댠스크 항구로 들어오려는 러시아 함대를 침몰시켰을 때"라며 "타인의 비극에 기뻐하고 싶지 않지만, 전쟁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 해군은 23일 아조우해 베르댠스크항에 정박하던 러시아 해군 함정 '오르스크'를 격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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