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총수 주도로 속속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나섰다.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갈수록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실적이 악화하고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돌파구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고비는 반복됐지만 넘어서지 못하면 좌초하고 만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 수원사업장 등에서 ‘2022년 상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 돌입했다. 글로벌 전략협의회는 해마다 상·하반기에 두 차례 열렸으나, 2019년부터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하반기에 한 차례만 개최됐다. 삼성전자가 올해 4년 만에 상반기 회의를 연 것은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17일 2022년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이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현재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가치와는 연계가 부족했다”며 “앞으로는 기업가치 분석 모델을 기반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기업 가치 기반의 새로운 경영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의 파이낸셜 스토리는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고객, 투자자 등의 신뢰와 공감을 이끄는 전략을 뜻한다.
SK 측은 “국내외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영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하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주재로 지난달 30일부터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를 시작으로 계열사별 전략보고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LG가 상반기에 전략보고회의를 연 것은 3년 만이다.
아울러 다음달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등도 주요 경영진이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는 취지의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경영환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소비심리 위축 및 제품 판매 부진, 금융시장 불안 등이 겹치며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향후 기업의 존폐가 걸릴 정도로 엄중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