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함께 징계심의대상자 된 김철근…"절차 위반으로 무효"

"참고인으로서 한 소명을 윤리위 직접 조사로 활용"
지난 22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성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당 윤리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철민 당대표 정무실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징계심의대상자로 삼자 김 실장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윤리위 결정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날 윤리위가 자신을 징계심의대상자로 삼은 것과 관련해 “당무감사위가 조사를 한 사실이 없으므로, 윤리위는 당무감사위에 조사를 맡겨야 할 뿐만 아니라 직접 징계안건을 회부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김 실장은 “당무감사위 조사 절차를 거치지도 않아 윤리위가 징계심의대상자를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제가 참고인으로서 한 소명을 사실상 윤리위의 직접 조사로 활용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고 했다.

 

윤리위 규정 15조에 따르면, 윤리위는 당무감사위 절차를 거친 뒤 직접 징계안건을 회부할 수 있고, 안건이 회부돼야 징계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김 실장 주장은, 전날까지 참고인이던 자신을 윤리위 직권으로 징계심의대상자로 신분 전환한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윤리위는 독립기구로서 할 수 있는 결정을 했다는 입장이다.

 

 

윤리위는 전날 오후 7시부터 11시50분까지 약 5시간에 걸쳐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 의혹을 심의했다. 위원회는 이 대표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그의 징계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오늘 (김 실장이) 온 것은 협조 차원”이라며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는 판단 하에 (김 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김 실장에 대한) 제소는 없었다”고 했다. 위원회 자체 판단으로 김 실장을 징계 논의 선상에 올렸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약 90분에 걸친 김 실장의 참고인 진술이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윤리위원들의 의구심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지난 22일 이준석 당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이로써 이 대표와 의혹 핵심 관련자인 김 실장이 나란히 징계 심의를 받게 됐다. 윤리위가 의혹 관련자인 김 실장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하는 태도를 취함에 따라, 향후 이 대표의 소명은 더욱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이 대표의 성 상납 관련 증거인멸을 위해 제보자를 만나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제보자에게 7억원에 달하는 사업 투자 약속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실장이 이러한 일을 한 데는 이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다만 성 상납 의혹은 수사기관이 아닌 윤리위 차원에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 대표 관련 의혹은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방송을 계기로 불거졌다. 가세연은 방송에서 이 대표가 2013년 8월 대전에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 상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가세연은 김 실장이 제보자와 수차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방송에서 공개했다. 그 녹음파일에는 김 실장이 제보 무마를 위해 7억원 상당 사업 투자를 제보자에게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겨 있다. 이 대표와 김 실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리위는 다음달 7일 이 대표를 회의에 출석시켜 소명 절차를 밟은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