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이던 2008년 이후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틀 연속 또다시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환율 급등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기름을 붓게 돼 우리 실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복합위기가 쏟아지는 형국이어서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상치 않은 위기를 걱정하는 경제·금융 정책 당국 수장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2009년 7월13일(1315원) 이후 약 12년11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번주에만 14.5원이 상승했다.
환율 급등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49포인트(1.22%) 내린 2314.32에 장을 마쳤다. 종가는 2020년 11월2일의 2300.16 이후 1년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58포인트(4.36%) 급락한 714.38에 마감하며 전날(-4.03%)에 이어 이틀 연속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종가는 2020년 6월15일의 693.15 이후 최저치이자 연저점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14일 긴급 간부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외환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복합위기가 시작됐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경제 연구기관장들과 만나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밀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수출이 잘되는데 지금은 해외경기 자체가 좋지 않다”며 “수출확대폭은 크지 않은 가운데 국민들의 생활물가 상승, 특히 원화 표시 물가 상승에 따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