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만에 뒤바뀐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진실공방을 벌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이번 사태를 “경찰의 과오”라고 정리하며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윤석열정부의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추진에 경찰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경찰 인사 번복 논란이 발생하자 대통령이 더욱 강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선 이번 인사 논란을 윤 정부의 경찰국 신설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기류도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 지난 21일 발생한 경찰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을 두 차례나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정부는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 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 권력이 비대해진 만큼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며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경찰 감독기구로 만들어진 국가경찰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거나 경찰을 감시·견제할 독립적인 시민기구를 통한 민주적 장치 마련이 바람직하다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인사 번복 사태가 불거지자 윤 대통령이 경찰의 잘못이라고 못 박으며 경찰국 신설 명분에 힘을 실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조직적 반발에 김창룡 경찰청장에 대한 강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내부에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다음달 23일까지 임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김 청장의 거취마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김 청장이 용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 통제 논란이 한창 불거지던 시기에 김 청장은 경찰 내부방에 올린 서한문에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정면 대응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다만 경찰청 내부에서는 치안총수 공백 상태가 되면 외부의 공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며 임기를 끝까지 마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경찰 길들이기 수순이라고 맹폭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국기문란’ 발언 등에 대해 “옛날 추미애 전 장관이 검찰 인사에 개입했다고 펄펄 뛰던 검찰총장은 어디로 갔나”라며 “경찰청이 독립적인 인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