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걷잡을 수 없는 ‘윤리위 블랙홀’에 휩쓸리며 당내 혼란상이 극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한 징계 논의를 다음 달 7일로 미루면서다. 윤리위가 당내 세력구도를 뒤흔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만큼, 윤리위 판단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질수록 당 내홍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2주 보류 결정’이 나온 지 하루 만인 23일 “이게 무슨 기우제식 징계냐”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경찰 수사 결과든지 뭐든지 간에 2주 사이에 뭔가 새로운, 본인들이 참고할 만한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윤리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윤리위가 해당 행위 정도의 행동을 했다”며 “상식적인 윤리위라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보고 난 뒤에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거취에 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 대표가 임기 후반기 과제로 추진하는 당 혁신위원회 활동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 당 조직위원장 공모 문제를 놓고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입씨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당내 반발이 커질수록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최재형 위원장을 필두로 총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이날 공식 출범했다. 혁신위는 오는 27일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