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일부 극좌 진영을 제외하곤 일왕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은 거의 없다. 왕실을 둘러싼 이슈의 핵심은 왕위승계 문제다.
왕위승계 등을 규정한 법률인 왕실전범(典範)은 부계 혈통의 남성만 일왕이 될 수 있다는 남계(男系)·남성 일왕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여성이나 모계 혈통(여계·여성)은 일왕이 될 수 없다. 남성 수가 극소수인 상황에서 이런 규정은 왕실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여성·여계 일왕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로 상징되는 보수파 반발로 현재로선 현실성이 없다. 지난해 12월 정부 전문가 회의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제출한 안정적 왕위 승계를 위한 보고서에도 여성·여계 일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에 왕족 수 확보를 위해 기혼 여성의 왕족 신분 유지와 1945년 8월 패전과 함께 왕족 지위를 잃은 옛 방계 왕족의 남계·남성을 양자로 입양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여계·여성 일왕 문제가 빠진 보고서에 대해 “국가기본과 관련해 극히 중요하고 어려운 사안에 대해 대단히 균형 잡힌 논의”라고 밝혔다.
보수층을 의식하는 정치권과 달리 일반 국민 사이엔 여왕에 대해 전향적이다. 교도통신의 지난해 4월 조사에서 여성 일왕 찬성 의견은 82%에 달했다. 여기에는 아이코 공주의 높은 인기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과거 귀족교육기관이었던 가쿠슈인(學習院)대에 입학한 아이코는 도쿄대 진학도 어렵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고 성격도 소탈한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성년이 되는 여성 왕족에게 세금 3000만엔(약 2억8000만원)을 들여 제작해 주는 왕관을 거절해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국민 생활을 감안한 결정이라 많은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