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한국 봉제업의 중심지다. 종로구 창신동, 중구 신당동, 중랑구 면목동 등 서울 내 봉제공장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매년 이곳에서는 4만t(톤)이 넘는 원단 자투리 폐기물이 쏟아지고 있다. 재활용 가능한 다양한 원단이 나오지만 분리배출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대부분 매립·소각되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 원단을 소재별로 분리배출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봉제원단폐기물은 ‘재활용 가능자원의 분리수거 지침’에 의한 분리수거 대상 품목이지만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원단은 의류와 달리 소재 성분 표기가 없는 경우가 많고, 육안으로 소재의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혼합배출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2020년 소상공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1만4000곳 봉제업체가 한 해 배출하는 원단폐기물은 4만6000t에 달한다.
시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분리수거 지침을 마련하고 1~2년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둬 전국 봉제현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환경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원단에 소재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는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원단 생산업체가 소재 성분을 표시해 봉제업체에 넘기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원단폐기물은 분리배출만 된다면 다양한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다. 순도가 높은 원단 소재는 면장갑, 자동차 내장재, 건축자재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 등 혼합소재는 현재 산업용 소각 보일러의 고형연료로 대부분 사용되고 있지만, 고형연료가 신재생에너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다양한 재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부직포, 충전재 등으로 혼합소재가 재활용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원단의 선별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의 섬유 재질 표시 등 정보제공이 강화되고 소재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로드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