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 “경찰제도 근간 변화… 국민 입장서 도출 못해” 사의 표명 [전문]

행안부 “권고안대로 경찰 통제 강화에 나설 것”
김창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임기 26일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가 경찰 통제 강화 권고안을 내놓은 지 6일 만이다. 

 

김 청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사퇴 이유로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를 들었다. 행안부 자문위는 최근 권고안을 통해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찰 통제 방안을 내놨다. 행안부는 이날도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 강화는 꼭 필요한 사항”이라며 사실상 권고안대로 경찰 통제 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청장은 “행안부 자문위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권고안은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으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경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치안을 인정받을 정도로 발전을 이뤄왔다”고 강조했다. 자문위 권고안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경찰이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 발표 이후 법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못해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청장은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폭넒은 의견수렴과 심도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저는 여기서 경찰청장을 그만두지만,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발전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김 청장은 최근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 발표로 조직 바깥에선 정부와 충돌하고, 내부에선 반발에 부딪히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내부 회의에서 “자문위 주장은 경찰법 정신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행안부에는 범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사태를 해결하진 못했다. 여기에 경찰 고위직 인사 번복 사태까지 터지자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기문란”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로 경찰 안팎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부가 차기 경찰청장 인선 절차에 착수하자, 김 청장으로선 입지가 더 좁아졌다. 14만 경찰 조직이 변화를 겪는 시기에 수장으로서 역할을 할 동력이 떨어지자 스스로 사임을 결정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청장의 사의가 수용되면 경찰청은 윤희근 차장 직무대행 체제가 된다. 김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차기 경찰청장 지명과 청문회, 임명 절차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차기 경찰청장은 기존의 치안정감 중 임명되는데 윤희근 경찰청 차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하 김창룡 경찰청장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4만 경찰가족 여러분!  저는 지금 이 순간, 경찰청장에서 사임하고자 합니다. 

 

경찰청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먼저,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논의와 관련하여,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국민을 위한 경찰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심어린 열정을 보여준 경찰 동료들께도 깊은 감사와 함께 그러한 염원에 끝까지 부응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으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경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치안을 인정받을 정도로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권고안은 이러한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폭넒은 의견수렴과 심도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비록, 저는 여기서 경찰청장을 그만두지만,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발전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새로이 구성될 지휘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경찰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 주리라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이번 과정을 거쳐 경찰이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로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