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요구합니다”

27일 민주노총 최저임금 설문조사 발표 및 현장 증언 대회 열려
“월급 빼고 다 올라… 최저임금 동결 시 거리에 나앉게 돼”
최저임금 결정 시 고려 기준 1위는 ‘노동자와 가족 생계비’
지난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요양보호사 일은 2018년도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 요양보호사 일을 구할 때 (시급이) 1만50원 정도였는데, 보통의 최저시급보다 높아서 많이 주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최저시급에 주휴수당과 연차까지 포함된 그야말로 딱 ‘최저’임금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이미영 인천지부장은 27일 ‘최저임금 전국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재가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 지부장은 “재가요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이라고 했다. 그는 “재가요양은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하시거나,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으로 입소하시거나, 가족이 와서 돌본다고 하는 등 여타의 경우가 닥치면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중단됩니다. 그럴 때 저희는 센터에서 다른 곳을 연계해주길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거나 다른 센터를 찾아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때 퇴직금은 꿈도 꿀 수 없고, 실업급여도 적용되지 않으며, 만 3년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장기근속수당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가요양을 온종일 해도 월급이 130만원대”라면서 “소위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할 정도로 이미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데, 이런 근로 형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이 동결된다면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계비 보장해야”

 

이날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서울본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 뉴시스

서울본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종일 비닐하우스에서 깻잎 따는 이주여성 노동자,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어업 이주노동자,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등 모든 업종의 이주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사업주들이) 기준미달 숙소를 제공하면서 20∼30만원 숙소비를 떼갑니다. 노동부가 만든 숙식비 징수 지침 때문에 최저임금이 대폭 깎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어업에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11∼12시간 일해도 계약서에 2∼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잡아놓아서 (제대로 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근로기준법 63조 때문에 연장근로 수당도 못 받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주노동자가 가장 하층의 노동을 통해 한국에 기여하는 게 많지만, 이주노동자가 받는 것은 최저임금 이하 수준”이라며 “이주노동자도 같은 사람, 같은 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임금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이주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원에서조차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이용하고 있다는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조영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법원지부장도 “대한민국 각급 법원 99곳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 약 1500명의 기본급은 최저시급 9160원보다 낮습니다. 1∼2년차 시급 8770원, 3∼4년차 8950원, 5∼7년차 9120원입니다”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올해 기본급을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임금에 식비를 산입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지부장은 “법과 정의를 지키는 사법부에서조차 이런 ‘악법’을 이용해서 법원 공무직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기본급을 지급한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겁니까”라고 규탄했다.

 

기재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전용학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국립중앙박물관분회장은 “우리 국립박물관에는 1000여명의 공무직이 있고, 그중 770여명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2022년 올해 최저임금이 5.1% 인상됐지만, 기획재정부는 일방적으로 총액인건비 1.4∼2.1%,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1.6%를 인상 편성했습니다”라면서 “기재부에 묻고 싶습니다. 최저임금이 5.1% 올랐는데,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1.6%만 증액해주면 나머지 3.5%의 부족분은 어떻게 하란 소립이니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너무도 절박한 생존의 요구,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간절한 요구, 노동자 간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상식을 관철하기 위한 요구, 사람이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요구합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에서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 1만530∼1만1480원 적절”

 

증언대회에 앞서 민주노총은 노동자 3명 중 1명이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 수준을 1만530~1만1480원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9160원) 대비 약 15∼25% 오른 수준이다.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33.1%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530~1만1480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9570~1만530원(25.9%), 1만2440원 이상(18.2%), 1만1480~1만2440원(16.0%), 9570원 미만(6.9%) 순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결정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기준을 묻자 노동자 50.0%가 ‘생계비’를 꼽았다. 생계비 중에서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비’가 35.4%, ‘노동자 개인의 생계비’는 14.6%였다. 물가상승률도 34.7%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5%대로 치솟으며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이 대두하는 대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1분기에 4인 가족 식비가 두 자릿수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주요국 수출 제한 조치 등의 여파로 먹거리 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사진은 지난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노동자 85.4%는 올해 최저임금으로는 본인과 가족이 생활하기에 부족하다고 답했다. ‘매우 부족하다’가 42.0%, ‘부족하다’가 43.3%를 차지했다. ‘적당하다’는 의견이 10.0%였고, ‘충분하다’와 ‘매우 충분하다’는 각각 2.3%, 2.4%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7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노동자 17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