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여파가 글로벌 공급망과 기업을 지나 소비자까지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현실로 다가왔다. 원자재 가격 인상 이후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다수 기업은 올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가격 인상이나 고용 조정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69%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렸고, 아직 판매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기업 중 53%가 올해 안에 인상할 계획이다. 한은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570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번 설문을 진행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재료비와 인건비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할 전망이다. 전체 기업의 86%가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물가 상승 대응 방안(복수 응답)으로는 ‘가격 인상’이 60.9%로 가장 많았다. 또 관망(23.6%), 고용 조정(22.7%), 신규 투자 축소(22.7%) 등이 뒤를 이었다. 서비스업에서는 가격 인상(45.4%)과 함께 고용 조정(32.0%)으로 대응하겠다는 응답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한편, 올해 2분기 지역경제는 코로나19 확산세 둔화와 이에 따른 방역조치 완화 등으로 서비스업 생산이 늘었지만, 중국 봉쇄조치 등 영향으로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체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원 한은 지역협력실 지역경제팀장은 “향후 지역경제는 서비스업 생산이 2분기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제조업 생산이 소폭 증가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