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탄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개발명 GBP510)가 품목허가를 위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위)의 심의를 통과하면서 이달 내 최종 허가가 유력해졌다. 백신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면서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재유행과 신종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백신 수급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백신 활용 가능
국산 1호 백신이 중앙약심위를 통과하면서 마지막 관문인 최종점검위원회의 판단만 남았다. 식약처는 가능한 한 이달 내 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최종 허가가 나오면 우리나라는 ‘백신 주권’을 보유하게 된다.
허가 후 스카이코비원멀티주는 올가을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한 접종에 활용될 전망이다. 부스터 샷(추가접종)에도 효과성·안전성이 있는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는 일부 확인된 상황이다.
◆28개월 만의 성과… 국제사회 백신 공급 기대
스카이코비원멀티주는 개발 착수 28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초기 개발 단계부터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BMGF)과 전염병예방백신연합(CEPI)에서 개발비 지원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2월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12월 말 1·2상 승인을 받았고, 3상은 지난해 8월 시작했다. 일각에선 개발이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사는 2020년 말 이미 코로나19 백신 완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 올해 들어 백신 접종률이 정체된 것도 백신 개발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전 세계 인구의 36% 정도는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도 하지 못한 상태다. 다국적제약사와 비교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접어든 상황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부는 규제를 풀어 측면 지원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비교임상 방식으로 3상을 허가해 줬다. 일반적인 임상은 개발 백신과 위약(가짜 약) 혹은 개발 백신과 비슷한 백신을 각각 실험군, 대조군으로 둔다. 하지만 당시 재조합 백신이 없었고, 위약 투입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식약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비교임상을 허용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스카이코비원멀티주 총 1000만회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최종 허가를 받으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한 나라는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일부뿐이다.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해 코로나19를 이겨 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허가와 동시에 코백스(COVAX: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를 통해 백신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백신이고, 냉장유통과 장기보관이 가능해 공급 확대가 이뤄질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