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라는 것은 하나의 옛날 추억이 될 것입니다.”
2016년 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전세종말론을 언급했다. 1970년대 전체 임대차 거래 중 70%에 육박했던 전세 계약의 비중이 최근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후 ‘전세의 월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며 전세가 영영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월세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등한 전셋값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주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감안해 4년치 전셋값을 미리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조치까지 맞물리면서 은행에 비싼 이자를 내느니 월세를 선택하는 게 낫다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전세제도가 단기간에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리나라의 민법은 부동산 물권의 일종으로 전세권을 명시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도 전세 계약을 하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증금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채무인데, 모든 집주인이 당장 빚을 갚을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에서 제도적으로 월세에 대한 집주인·세입자의 인센티브를 늘려 상대적으로 전세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단계적 전세 폐지 정책을 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부담과 대출금리 인상 등 최근의 상황은 전세의 월세화를 더욱 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늘어나고, 다주택자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진다면 전세 매물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는 만큼 전세 종말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