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
강을 건널 땐 뗏목이 꼭 필요하지만, 강을 건넌 이후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면 이를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3선 연임 후 퇴임을 앞둔 이성 구로구청장(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사진)은 29일 민선 8기 임기 시작을 앞둔 서울시 구청장들에게 이 격언을 전했다.
이 구청장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과 여야를 막론하고 재개발·재건축이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떠오른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경쟁적인 주택 공급보다는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주택 수요는 항상 변한다. 지금 부족하다고 막 지어놨다가 나중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에 투자하는 돈을 주택개량사업에 투자하면 저층주거지도 충분히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서울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선에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통이나 재개발 정책보단 복지 등 주민 삶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굴해서 시행하는 게 지방정치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 구청장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17곳, 더불어민주당이 8곳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24대 1이었던 4년 전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구도가 만들어졌다. 한 걸음 뒤에서 선거를 지켜본 이 구청장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구청장 개개인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이 구청장은 “국민의힘이 이겼다기보단 민주당이 스스로 진 선거”라며 “민주당의 내분과 갈등이 시민들에게 실망을 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자치제도가 발달하며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자주권이 확대됐기 때문에 민주당 구청장들도 구정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뽑는 경향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희망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재임 기간 지역 청소 행사에 참석하면 끝날 때까지 손에서 빗자루를 놓지 않는 인물이었다.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지역 산악회 배웅 인사를 나가는가 하면, 수해가 컸던 남구로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눈물을 흘린 일화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끝으로 민선 8기 구청장들에게 당부한 것도 ‘주민들에 대한 정성’이다.
이 구청장은 “구청장이 어디 가서 인사하고 사진만 찍고 가면 주민들이 다 안다”며 “평소에 꾸준히 정성을 기울이고 진심을 보여주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