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후 3시35분쯤 당진∼영덕 고속도로 속리산 나들목(IC)을 타고 본선(편도 2차로)에 진입한 트레일러에서 컨테이너가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시계 방향으로 휘어진 진입로를 통해 들어온 트레일러가 기우뚱하자 실려 있던 컨테이너가 주행 방향 기준 왼쪽으로 이탈해 1차로를 덮쳤다. 같은 시간 1차로에서 달리던 A(59)씨의 15t 화물차는 급히 제동을 걸었지만, 떨어진 컨테이너와 그대로 충돌하고 말았다.
◆떨어진 컨테이너에 피할 새 없이 충돌…경찰이 사고 경위 조사
이번 사고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의 아들이 사고 영상을 올린 뒤 널리 알려졌으며, 화물업 종사자를 향한 비난 댓글도 쏟아졌다.
A씨의 아들은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평소 법규를 지키는 화물차 운전자들도 좋지 않은 말을 듣게 된다”며 “모두를 위해 도로교통 안전에 신경 써 달라”고 부탁했다.
화물이탈방지 조치 없는 운전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며, 도로교통법 제39조 4항 위반이다. 보험에 가입해도 가해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으며, 5년 이하의 금고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차 수리비 등을 피해자에게 청구할 수도 없다.
◆갑작스러운 낙하물에 대응 어려워…피해자는 사고 잔상에 고통
고속도로는 주행 특성상 사고 시 운전자의 즉각 대응이 더 어려운 탓에 피해도 크고, 때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다시 운전석에 앉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특히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리는 판스프링 낙하로 인한 사고는 그 피해 정도가 더욱 큰 게 일반적이다. 판스프링은 화물차 바퀴의 충격완화 장치지만, 도로에 떨어지면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흉기가 된다.
2020년 6월 경부고속도로 판스프링 사고 피해 운전자 B씨 사례(세계일보 2020년 6월27일 단독 보도) 돌아보면 다른 차가 밟고 지나간 판스프링이 날아와 앞 유리가 깨지는 사고를 당한 그는 같은 해 9월 통화에서 ‘사고 잔상 탓에 그동안 운전대를 거의 잡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당시 판스프링을 떨어뜨린 차는 찾을 수 없었고, 피해자만 고통에 시달린 셈이다. 당시 상담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는 중이라던 B씨가 이젠 마음 놓고 운전석에 앉는지 궁금했지만, 행여나 사고를 떠올리게 할까 우려해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서울 방향 비봉 나들목(IC) 인근을 달리던 1.5t 화물차에 길이 50㎝·두께 3㎝의 판스프링이 날아들었다. 사고로 손과 가슴에 타박상 등을 입은 운전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판스프링을 떨어뜨린 차의 특정이 쉽지 않다고 밝혔었다. 판스프링을 밟고 지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줬다고 해도 가해 운전자의 형사처벌 근거도 사실상 없다는 게 경찰 측 전언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심리상담 서비스…피해자의 원만한 사회활동 지원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그나마 피해자에게는 위로가 될 듯도 하다. 공단은 운전자를 포함해 ‘차 대(對) 차’, ‘차 대 사람’ 등 모든 자동차 사고 피해자에게 심리상담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고 후 우울증과 불안 등에 시달리는 피해자의 원만한 가정·사회활동 등을 지원한다. 국토교통부의 위탁으로 2000년부터 자동차 사고 피해 가족의 재활과 생계지원 등 보호를 위한 경제적 지원 사업도 하고 있으며, 지난 3월까지 약 38만8000명에게 재활 보조금과 자녀 장학금 등 6298억원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