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자배구 ‘날개없는 추락’

VNL 9차전서 태국에도 0-3 완패
잇단 수비범실·블로킹 17개 허용
9전 전패… 승점 단 1점도 못 얻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공격수 박정아(왼쪽)가 30일 불가리아 소피아 아르미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2 VNL 3주차 경기에서 태국 블로킹 벽을 앞에 두고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 제공

2022년 여름은 한국 여자배구에 최악의 시간으로 기록될 듯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룬 주축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가 대표팀을 은퇴한 뒤 젊은 선수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돌입하며 나선 2022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한 탓이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성해 부진은 예상됐지만 내용이 워낙 좋지 않다. 1주차에 4경기씩 2주차에 걸쳐 치러진 8경기에서 모두 패했고, 이 중 7경기를 0-3으로 셧아웃을 당했다. 그나마 대회 2주차 마지막 경기로 지난 20일 튀르키예와 치른 8차전에서 1-3으로 패하며 처음으로 한 세트를 따내 겨우 희망을 키울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자신감을 갖고 있던 아시아 라이벌 태국과 경기에서 첫 승점을 노렸다.

 

그런 한국이 끝내 태국에도 무너졌다. 30일 불가리아 소피아 아르미츠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3주차 예선 라운드 9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0-3(11-25 22-25 17-25)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결승에서 태국을 꺾고 도쿄행 티켓을 따낸 바 있다. VNL 개막 이전 세계랭킹도 한국이 14위로 18위 태국보다 앞섰다. 무엇보다 언제나 신장 열세 속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하는 대표팀이 부담을 덜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높이가 낮은 팀이다. 위기 속 한국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만한 유력한 타깃이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된 뒤 일찌감치 세대교체에 나선 태국은 어느새 한층 더 탄탄한 팀이 돼 있었다. 이번 VNL에서 세계적 강호들 사이에서 수차례 승리를 거두며 경쟁력을 보여준 것. 세계랭킹도 한국이 19위로 추락한 반면 태국은 14위로 상승해 순위가 역전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한국은 태국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1세트부터 태국의 빠른 공격에 수비 집중력이 크게 흔들리며 범실이 쏟아졌고, 그다지 높지 않은 태국 블로킹 벽에 가로막기 득점을 연이어 헌납했다. 1세트 중반 10-18로 밀리며 기세를 완전히 내줬고, 이 흐름이 끝까지 세트 끝까지 이어졌다. 2, 3세트는 중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했지만 후반 무너졌다.

 

이날 한국은 블로킹 수에서 6-17로 크게 뒤졌고, 범실은 태국(10개)보다 2배 이상 많은 21개를 기록했다. 박정아(29·한국도로공사·12득점) 외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도 없었다.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한국은 대회 9전 전패에 승점을 단 1점도 못 얻는 부진을 이어갔다. 이에 반해 태국은 5승4패를 거두며 승점 15를 쌓아 예선 상위 8개 나라가 겨루는 파이널 라운드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