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를 놓고 국민과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을 위해 정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발족한다고 발표를 하였다.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 것은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점점 임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일 관계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과거사 문제의 해결 과정을 보면 한·일 밀실 담합으로 그 과정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한·일 관계가 국내정치화하여 밀실 담합으로 결착(結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리스크를 안게 되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보더라도 박근혜정부는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와 수시로 소통을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이루어지지 않아 외교부와 윤 대표 사이의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2015년 위안부 합의는 갈등의 씨앗만을 남긴 채 한·일 갈등은 증폭되었다. 윤석열정부는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민관협의회를 통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투명성을 담보하면서 국민적 합의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부디 윤석열정부의 민관협의회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이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민관협의회는 인선과 피해자단체의 항의 등으로 인해 발족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속도를 내 빠른 출범을 해야 하건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잡음이 생겨나고 있다. 협의회의 발족이 늦어지는 동안 300억원 기금안이 보도되면서 피해자단체들의 반발은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민관협의회가 발족하기도 전에 피해자단체와 전문가들을 ‘들러리’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려는 협의회의 목적이 퇴색되는 순간이다. 한·일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빨리 민관협의회를 발족시켜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협의회가 합리적인 제언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협의회가 국민의 컨센서스를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기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