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 춤으로 유명한 ‘하카’(haka) 공연이 영국 런던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펼쳐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영국을 방문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를 환영하기 위해서다.
아던 총리는 1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지난달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직후라 여독이 덜 풀린 상태였지만 전통적 우방국답게 회담은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회담은 무역에 초점이 맞춰졌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올해 2월 양국 간 자유무역 협상을 마무리지었는데 코로나19 탓에 미뤄진 협정서 서명 절차가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진행됐다. 두 나라는 또 젊은이들이 상대방 국가를 자유롭게 방문하고 최장 3년까지 체류할 수 있도록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협약을 새로 체결했다.
존슨 총리는 아던 총리를 눈에 띄게 환대했다. 총리실이 게재한 동영상을 보면 존슨 총리가 아던 총리를 다우닝가 10번지 뒤뜰로 안내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마오리족 민속무용단이 하카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나온다. 뉴질랜드는 자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 등 귀빈들한테 환영의 의미로 하카를 보여주는데, 이번에는 외국에 나간 뉴질랜드 정상이 되레 하카로 환영을 받은 셈이 됐다.
미처 예상치 못했는지 아던 총리는 깜짝 놀랐다가 이내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아던 총리는 무용수들과 일일이 악수 또는 포옹을 나눴고 존슨 총리는 곁에서 흐뭇한 얼굴로 이 광경을 바라봤다.
뉴질랜드는 영국 식민지로 출발해 자치령을 거쳐 독립국이 되었다. 영연방의 일원인 동시에 아직도 영국 여왕을 자국 국가원수로 삼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안보 측면에선 영국보다 미국과 더 긴밀한 사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파이브아이즈’(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 5국의 정보 연합체)를 통해 영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반구 서유럽의 영국과 남반구 오세아니아의 뉴질랜드는 사실상 지구상에서 정반대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존슨 총리는 “비록 뉴질랜드는 영국의 동맹국들 중에서 영국과의 거리가 제일 멀지만 우리는 그들을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며 “이제 오랜 친구들끼리 협력해 미래의 도전, 그리고 기회에 맞서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