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닥터 둠’이라 불리며 대표적인 위기의 예언자로 정평이 나 있다. 루비니는 2006년 9월 “미국이 주택거품 붕괴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침체의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경제 낙관론이 넘쳐나던 때였다. 그런데 2년 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촉발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혼돈에 빠트렸다. 지금 흔히 쓰이는 ‘퍼펙트 스톰’(초대형복합위기)도 루비니가 쓰기 시작한 말이다.
루비니가 또 섬뜩한 예언을 내놓았다. 지난달 말 미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에 채무위기까지 덮친 복합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미국 등 세계 주식시장이 추가로 50% 폭락할 수 있다”고 했다. 루비니의 예언은 빗나간 사례가 많다. 그는 2011년 ‘트리플 딥’(삼중 침체)이라는 신조어를 동원해 미국경제의 장기불황을 예언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2012년에도 중국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올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의 그해 성장률은 8%에 육박했고 그 이후 3년간 7% 이상의 고성장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1월 15일 비트코인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했지만 이 코인은 7%나 올랐다. 월가에서는 불황 때마다 비관론을 예측하는 루비니를 놓고 ‘늑대와 소년’에 비유하는 조롱까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