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재계에서 직원에 의한 횡령사건이 터지고 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서는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자본금의 90% 이상인 2215억 원을 횡령했고, 계양전기에서는 재무팀 직원이 회사 내부 문건인 은행별 잔액 현황을 PDF 편집 프로그램으로 조작하는 수법을 통해 회사자금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내 4대 금융사인 우리은행에서는 직원이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 6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고, 화장품 기업인 클리오에서도 영업 직원이 판매업체로부터 받은 매출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횡령했습니다.
전문가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횡령 등 부정한 행위를 한 직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휴가도 반납하면서 열정적으로 일했다고 합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한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으며, 경영진 및 직원의 신뢰를 받는 직원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직원의 부정행위를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회사에서 직원의 횡령 사실을 몰라 세금을 적게 신고했다면, 회사가 그에 대한 가산세까지 부담해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례가 2개 있어 소개합니다.
먼저 ‘회사가 배임 등 임직원의 예상치 못한 부정행위로 법인세를 과소신고한 경우까지 40%의 가산세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습니다.
아울러 ‘회사가 개별 세법에 따른 신고·납부기한 당시 직원의 횡령 사실을 몰랐다면 그 부분에 대한 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도 있었습니다.
첫번째 판결에서는 회사가 직원의 배임, 사기 등의 부정한 행위를 알지 못해 그 부분 소득이 누락된 채 법인세 신고·납부가 이루어졌는데, 회사에 대해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입니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7두3895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대법원은 “대표자나 사실상 대표자가 아닌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가 납세자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납세자를 피해자로 하는 사기, 배임 등 범행의 일환으로 행하여지고, 거래 상대방이 이에 가담하는 등으로 인하여 납세자가 이들의 부정한 행위를 쉽게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사용인 등의 부정한 행위로 납세자의 과세표준이 결과적으로 과소신고되었을지라도 이들의 배임적 부정행위로 인한 과소신고를 ‘납세자가 부당한 방법으로 과소신고한 경우’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때에는 납세자에게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중과세율을 적용한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두번째 판결에서는 누락된 매출에 관한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신고·납부기한 당시 종업원들의 횡령 사실을 알지 못한 납세자에게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입니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7두41108 판결 참조).
대법원은 “가산세는 세법에서 규정한 신고·납세 등 각종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인 점, 국세기본법이 세법에 따른 신고 기한이나 납부기한까지 과세표준 등의 신고 의무나 국세의 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국세기본법 제47조의2부터 제47조의5까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납세 의무자가 세법상 각종 의무를 위반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누락된 매출에 관한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신고·납부기한 당시 회사가 직원의 횡령행위를 몰랐다면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회사에 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직원의 횡령행위에 대해 관리·감독을 했음에도 회사가 이를 알지 못해 세금을 적게 신고했다면, 납세자인 회사에 가산세를 묻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