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 방향 틀어진 경찰 수사… 마무리 단계서 판 뒤집히나

이번 주부터 분당서→경기남부청으로 이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이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구단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관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수사가 일선 경찰서인 경기 분당경찰서에서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된다. 경찰이 해당 사건의 압수물 분석 등을 마치고 법리 검토와 최종 판단만 남겨둔 상태에서 수사 주체를 급작스럽게 바꾸자 결론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그동안 ‘집중지휘사건’인 이 사건을 분당서가 책임지고 수사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 ‘분당서 결론’ → ‘경기남부청 이관’…방향 틀어진 경찰 수사

 

4일 경기남부청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분당서로부터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자료를 넘겨받아 이번 주부터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분당서에 민생 사건이 산적해 있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쌓인 선거 사건이 많아 특정 사건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분당서가 이 사건을 한 차례 수사한 뒤 지난해 9월 불송치 결정을 내린 터라,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청이 사건을 맡아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는 정권 교체 직전까지 경찰이 밝혀온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남부청은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가 있던 올해 초부터 이 사건은 분당서가 중심이 돼 책임지고 수사할 것이란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전임 최승렬 경기남부청장도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청이 수사해야 한다’는 질의에 “수사 주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수사는 안 된다”며 “깔끔하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에도 경기남부청은 비슷한 취지로 답변을 이어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의원에 대한 경찰의 수사 지침이 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 전 청장 퇴임 후 지난달 박지영 신임 청장이 부임하고 김광식 수사부장에 대한 전보 인사가 나는 등 관련 수사를 맡은 지휘부가 잇달아 인사이동을 한 때문이다. 그동안 성남FC 의혹 사건 수사 상황은 ‘분당서-경기남부청 수사부장-경기남부청장’의 보고 체계에 따라 공유돼왔다.

 

경찰 외에 검찰도 지난달 말 역대 최대 규모 인사를 통해 이 의원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을 맡은 수사팀 대부분을 재구성했다. 이에 따라 수사 국면이 전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관련 의혹 수사에 비해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전광석화’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이 의원실도 “기획된 정치보복”이라며 검·경의 수사에 날을 세우고 있다.

 

◆ 민주당 “기획된 정치보복”…경찰 “수사기록 처음부터 살펴볼 것”

 

이에 대해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새 청장이 오기 전부터 이 의원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영장 등을 신청해왔으나 반려된 것도 있다”며 “수사는 원래부터 열심히 했으나 우리 결정대로 (수사가) 흘러가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성남FC 의혹과 관련해선 수사기록을 인계받아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장모 최모씨와 관련한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관련 회사를 강제수사하고 소환조사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해당 회사와 소환조사 대상은 최씨 등과 직접 관련이 없는 주변 업체와 인물들로 알려졌다. 

 

분당서는 앞서 3년간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았다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보완 수사는 지난 2월 검찰의 요구에 따라 시작됐고 지난달 성남시청과 두산건설, 성남F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경찰은 수사 주체 교체와 함께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질지’, ‘수사 결과가 뒤집힐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사건 이관 뒤 기록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분당서에 보완 수사를 요청하기까지 내홍을 겪으며 안팎으로 널리 알려졌다. 분당서 재수사가 결정되기 전 고발인 이의제기로 성남지청에서 사건을 넘겨받았는데, 박하영 당시 차장검사가 박은정 당시 지청장에게 보완 수사를 여러 차례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성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수원지검은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뒤늦게 분당서에 보완 수사를 요청했다.

 

현재 경기남부청에서 이 의원을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 중인 사건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캠프 전용 의혹 △무료 변론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등이다. 여기에 서울경찰청도 이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한 대장동 의혹은 전직 성남시의회 의장과 시의원 등이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