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관사는 구시대 산물”…경북 이어 전북지사도 “도민 품으로”

강원·대구·전남 3곳 민선 8기 단체장 관사 사용 고수
김관영 전북도지사. 뉴시스

민선 8기를 맞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관사를 없애거나 용도를 변경해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관사가 과거 관선시대 중앙 정부에서 지역에 단체장을 파견하면서 만들어진 권위주의의 유산으로 민선 지방자치 시대에 맞지 않는 데다 유지관리에 많은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과감히 폐지해 주민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복안에서다.

 

4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 1일 취임 이후 전주한옥마을에 자리한 도지사 관사 사용을 거부하고 군산시 대야면 시골 마을의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군산을 지역구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도지사에 당선되자 도청이 있는 전주로 거주지를 옮기기 위해 새 거처를 물색하고 있다. 김 지사는 “시대변화에 맞게 관사를 도민에게 돌려드리는 게 도리”라며 “관사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나 처분 등 문제는 도의회와 충분히 상의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지사 관사는 연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한옥마을 중심에 자리해 출퇴근이 혼잡스러운 데다 건립 된 지 51년이 되면서 시설 노후화로 연간 수천만원의 유지비가 소요되고 있다. 또 과거 인근에 자리했던 도청사가 신도시 개발지역인 서부신시가지로 이전하면서 폐지 내지 이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재선에 성공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도지사 관사 폐지를 선언했다. 이 지사 측은 “침체돼 있는 도청 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주변의 단독 주택을 물색하고 있다”며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때까지만 현재 관사로 사용 중인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민선 7기에 관사를 사용하면서 비난을 벗어나기 위해 전기요금 등 관리비를 자부담해왔고 민선 8기 들어서도 이를 고수하려 했으나, 시민단체의 관사 폐지 요구 등에 밀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영환 충북지사도 지난달 당선 이후 관사 폐지를 약속했다. 김 지사는 지난 1일 취임 이후 3년 전부터 소유하고 있는 괴산군의 한 농가주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는데, 조만간 반전세로 얻은 청주 호미지구의 한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길 계획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왼쪽), 홍준표 대구 시장. 연합·뉴시스

이런 관사 폐지 움직임은 관선시대 잔재로 인식돼 호화·예산 낭비 논란이 지속된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관사에 거주 중인 일부 단체장이 자신 명의의 집을 세를 놓는 방식의 ‘부동산 재테크’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강원, 대구, 전남 3곳 민선 8기 단체장들은 여전히 관사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23일 관사 사용에 대해 “원래 생긴 취지에 맞게 사용할 생각”이라고 밝혔고 실제 취임과 동시에 관사로 거주지를 옮겼다. 강원도청 인근에 자리한 도지사 관사는 1600여㎡ 부지에 414㎡ 규모의 주택으로 광역단체장 관사 중 가장 크다.

 

홍준표 대구 시장도 관사를 고수하고 있다. 홍 시장은 취임에 앞선 인수위원회 기자회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 등을 통해 관사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요구에 대해 “공직자가 지방 근무 때 기거할 숙소를 제공하는 것은 관사가 아니라 숙소로 호화 관사 문화와 다르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 반발을 사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홍 시장이 높은 행정혁신을 주문하면서도 구시대 산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관사를 고집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관사를 없애고 솔선수범해 시정혁신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호화판’ 논란을 빚었던 옛 한옥 관사의 민간 매각 이후 임대 아파트를 임차해 관사로 이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0년에 관사 개선 방안을 권고한데 이어 지난 4월 말에도 관사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관사 운영 개선 권고안을 각 지자체에 보냈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