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두고 ‘무음 모드’에 들어갔다. 한마디 말이 각종 해석을 낳는 중대한 시기인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선제 차단하고, 거친 언사로 갈등을 유발한다는 ‘파이터’ 이미지도 불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윤리위 심의를 사흘 앞둔 4일 최고위 공개발언을 생략하고 침묵을 이어 갔다. 지난달 27일 최고위 이후 두 번 연속 공개발언을 거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재진의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릴 전략이 무엇인가’ ‘윤리위 결정에 승복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1일 1글’을 하며 공을 들였던 페이스북 활동도 잠잠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오독되고 있다고 해명하는 글을 마지막으로 페이스북 글을 게시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침묵과는 별개로 여권 내 긴장도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윤리위 결론에 따라 당내 권력구도도 출렁일 수 있어서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를 ‘보이콧’하며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배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신상과 관련된 사안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당원들이 굉장히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는 당원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도 안 했는데,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엔 인간적으로 힘들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향후 최고위 참석과 관련해선 “고민 중”이라며 “대표가 소명해야 할 시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를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며 ‘이준석 리스크’에 대한 대통령실 내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남녀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4.4%, 부정 평가는 50.2%로 나타났다. 지난달 첫째 주와 비교했을 때 긍정 평가는 7.7%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9.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날 출근길에서 “선거 때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일각에선 지지율 하락 원인 중 하나인 당 내홍에 대한 반전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물가 문제 등 민생을 챙기려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 대표 문제로 관련 대응이 관심을 받지 못할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