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친족 관계에 의한 성폭행이나 주거침입을 통한 성폭행 혐의로 기소가 된 사건의 경우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법원이 성범죄 피해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되고 ‘2차 피해’ 여부도 성범죄 피고인의 양형 기준에 반영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제117차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심의·의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수정된 성범죄 양형기준은 오는 10월1일 이후 공소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수정안은 먼저 친족 관계에서 벌어진 강간, 주거침입이 동반된 강간, 특수강간의 권고형량에 대해 가중인자가 있는 경우 종전 징역 6∼9년에서 징역 7∼10년으로 늘었다. 감경인자가 있는 경우 권고되는 형량도 징역 3년∼5년 6개월에서 6개월이 높아져 징역 3년 6개월∼6년이 됐다.
또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정도로 죄질이 나쁜 경우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했다.
강제추행죄 권고형량도 1년씩 늘었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특수강제추행은 가중인자가 있을 때 징역 5∼8년이, 주거침입 강제추행은 징역 6∼9년이 권고됐다.
특히 양형위는 주거침입이 동반된 강제추행에서 피고인의 형량 감경 요인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없이 실형만을 선고하게 했다.
다만 청소년 강간죄에서 가중인자가 있는 경우 형량 범위는 종전 징역 6∼9년대로 유지됐고, 감경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종전의 3년∼5년 6개월보다 낮아진 2년 6개월∼5년으로 수정됐다.
양형위는 “종전 청소년 강간죄 권고형량이 청소년 강간으로 인한 치상 범죄와 권고형량 범위가 같아 상해가 발생한 범죄와 그렇지 않은 범죄에 같은 형량을 권고하는 불균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수정안에는 성범죄 양형기준의 특별가중 인자에서 사용하던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했다.
양형위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과거의 정조 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고, 마치 성범죄 피해자가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며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일반가중 인자 및 집행유예 일반참작사유인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 부분도 ‘2차 피해 야기’로 수정했다. 정의규정에 ‘합의 시도와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를 추가했다.
수정안은 또 군대뿐 아니라 체육단체 등 위계질서가 강조되고 지휘·지도·감독·평가 관계로 인해 상급자의 성범죄에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피해자도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로 인정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일반감경인자에서 진지한 반성은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와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조사해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정의규정을 다듬었다.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해 고려하는 요소였던 ‘피고인이 고령인 경우’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재범 위험성과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