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당대회 룰 의결 과정에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올린 내용 일부를 뒤집은 것과 관련해 5일 거센 후폭풍이 이어졌다. 전준위원장은 사퇴를 발표했고, 처럼회를 필두로 한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쏟아졌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전준위 논의가 형해화되는 상황에서 더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전준위원장으로서의 판단”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날 전준위가 의결을 거쳐 올린 전당대회 룰 일부를 비대위가 사전 조율 없이 수정해서다. 전준위는 6일 예정된 전체회의와 분과회의를 취소했다.
비대위는 전날 전준위가 예비경선 선거인단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30% 반영하기로 한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중앙위원 100%로 선거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최고위원 1인 2표 중 1표를 투표자가 속한 권역 출신 후보자에게만 행사하도록 하는 세부방안도 추가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후보가 다수인 경우 여론조사로는 변별력 확보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지역 배분은 지난 수년간 호남·충청·영남 출신 최고위원들이 지도부 입성을 못 해 수도권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당무위원회 회의 전날인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열고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룰 수정으로 당의 내홍은 빠르게 격화하고 있다. 특히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자체장과 전국위원회 등이 추천한 인물로 구성되는 중앙위원회만으로 경선 선거인단을 100% 구성할 경우 국민 인지도나 당원 지지도는 높지만, 당내 세력이 약한 친명계에는 불리하다. 친명계는 최고위원 출마 후보군에 수도권과 비례대표 의원이 많아 지역 대표성 강화 역시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남국·정성호·정청래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을 필두로 한 약 40명의 의원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결정은 국회의원 등의 당내 소수가 당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며 “독단적으로 졸속 의결한 비대위 결정을 거두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 당원 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친명계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은 이날 민주당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비민주적 비대위 결정에 반대한다”며 전대 룰 수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97(90년대 학번·70년대생)세대’ 박용진 의원도 “소심한 변화마저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혁신인가”라며 “짬짜미 전당대회와 우리끼리 잔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세력이 약한 박 의원 역시 비대위 안대로라면 전당대회에서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도 이날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는 낡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비대위 결정에 반대했다. 향후 비대위 주요 결정사항에 전당원 투표를 실시할 것도 요구했다.
이재명 의원 측은 예비경선 단계 때부터 문호를 열겠다는 취지에 공감했는데 뒤바뀐 것이 아쉽다는 분위기다. 이 의원 측이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당대표와 최고위원 권한 배분 문제다. 다음 지도부의 최고위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식으로 현 비대위가 규정을 바꾸면 비판을 받아가며 당대표 출마를 할 이유가 없어서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만나 “출마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다음 주에 출마선언을 하게 될 것 같다”며 “하지만 당대표 권한을 축소하고 개별 최고위원과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면 굳이 당대표에 나설 이유가 사라지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SNS 여론전을 이어갔다. 박 전 위원장은 과거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될 당시 이미 피선거권을 부여받은 것이라며 “이미 부여된 피선거권이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는 것인가. 당지도부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다른 언급이 없으면 국민께 약속한 대로 후보등록을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원욱 의원도 박 전 위원장 출마 불허는 ‘토사구팽’이라며 “출마 불가 결정을 내리려면 최소한 사전에 박 전 위원장 의견은 들어봤어야 한다”며 박 전 위원장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