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물가에 ‘빅스텝’ 임박… 서민 생활 ‘직격탄’ [뉴스분석]

외환위기 후 첫 6%대 물가

석유류 등 공업제품 9.3% 상승
농축수산물 가격 4.8%나 올라
가파른 상승세… “곧 7∼8%대”
尹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보이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5일 서울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 등 대외 악재에서 비롯된 석유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개인서비스 등 다른 품목의 가격도 끌어올리면서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도 가팔라 조만간 물가상승률이 7∼8%대를 찍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오는 13일 한국은행이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대출자들의 이자 비용이 불어나 실질소득 감소에 허덕이는 서민층의 부담이 한층 가중된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 6%대를 찍은 건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세는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견인했다. 품목별로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가격 상한제 도입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가 전년 대비 39.6% 오르는 등 공업제품이 9.3%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농산물 가격이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4.8% 올랐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의 물가기여도는 각각 0.42%포인트, 1.74%포인트를 기록, 공급 측 요인에 따른 물가 불안이 확대됐다.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으로 원재료비가 오르면서 개인서비스 물가(5.8%)도 전월(5.1%) 대비 오름폭을 키웠다. 여기에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4.4%)도 2009년 3월(4.5%)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의 기조적 흐름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불붙은 물가 상승 속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물가상승률이 7∼8%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당장 이달부터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올랐고, 내달에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과 휴가철의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등 물가 자극 요인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3%대로 올라선 뒤 지난 3월(4.1%)과 4월(4.8%)에 4%대를 기록했다.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이후 5월 5.4%로 오른 뒤 지난달 단숨에 6%대로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7∼8%대까지 오를 가능성에 대해 “지금처럼 높은 상승폭을 유지하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곡물가 상승 영향으로 당분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제가 직접 민생 현안을 챙기면서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 재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겹치면서 전 세계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심각한 물가 충격을 받고 있다”며 “민생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에 공공부문이 솔선하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과감한 지출구조 조정과 경영 효율화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마련된 재원을 더 어렵고 힘든 분에게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