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핀란드·스웨덴의 신규 회원국 가입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한 가운데 나토 30개 회원국들 중 캐나다가 가장 먼저 비준을 마쳤다. 핀란드·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격언을 캐나다가 제대로 실천한 셈이다.
캐나다 총리실에 따르면 연방의회 하원은 5일(현지시간) 총리실이 제출한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 동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이는 핀란드·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것에 캐나다 정부는 물론 의회도 동의한다는 뜻이다. 캐나다는 1949년 나토 창립 이래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원년 회원국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핀란드·스웨덴 양국에서 나토 가입 신청이 처음 논의됐을 때부터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선 나토에 가입한 30개 회원국의 나토 주재 대사들이 모여 새 회원국 가입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했는데 바로 당일 캐나다 의회의 비준이 이뤄진 셈이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을 갖고 있다. 이 ‘동의’에는 각국 헌법에 따른 의회의 비준 절차가 포함된다. 행정부는 찬성해도 의회의 반대로 비준이 부결되면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통상 행정부가 외국과 맺은 조약의 내용을 의회가 면멸히 검토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실제로 성사될 때까지 6∼8개월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캐나다의 신속한 비준 절차 완료가 다른 회원국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 가입 절차 완료에 드는 시간은 더 단축될 수 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하원이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를 비준한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캐나다는 친한 친구이자 안보 파트너로서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핀란드·스웨덴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나토에 통합되고 연합군의 집단방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회원국들을 향해 “나토에 적대적인 나라들이 간섭할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 비준 절차를 신속히 완료해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러시아는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나토에 합류키로 한 핀란드·스웨덴의 결정을 맹비난하면서 “중립 포기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일각에선 발트해에 면한 러시아 해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주둔하는 병력이 증강되고, 무엇보다 핀란드는 물론 스웨덴 전역의 타격이 가능한 고성능 미사일이 배치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적대국의 간섭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트뤼도 총리의 발언은 러시아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를 끝냄으로써 두 나라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경우 나토 전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확실한 신호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보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튀르키예(터키) 정부를 향한 간곡한 호소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핀란드·스웨덴 양국이 반(反)튀르키예 테러리스트들한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등 이유를 들어 이들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다가 최근에야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바 있다. 다만 튀르키예는 ‘테러에 대처하는 핀란드·스웨덴의 태도가 영 시원찮으면 의회 비준 거부 등을 통해 가입을 막을 수 있다’는 단서를 남겨놓았다. ‘비준 절차를 신속히 완료해달라’는 트뤼도 총리의 요청은 튀르키예에 통큰 연대와 단결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트뤼도 총리한테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