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 가까이를 휩쓸며 4년 만에 수주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10척 중 7척꼴로 국내 조선사가 싹쓸이하듯 수주를 해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가 상반기 세계 발주량 2153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45.5%에 해당하는 979만CGT를 수주하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기준 수주실적 세계 1위에 올랐다. 2위 중국은 935만CGT(43.4%)를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이연 수요로 선박 발주가 급증했던 지난해 상반기(1084만CGT)를 빼면 2011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규제도 국내 업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벙커유나 경유 대신 LNG나 메탄올 등을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우리 기술력이 중국을 압도하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국내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수주량은 798만CGT로, 세계 발주량의 58.2%에 달했다. 국내 업체 수주량 중 친환경 선박의 비중은 80%를 넘었다.
국내 조선업체의 지난달 기준 수주잔량은 3508만CGT로 1년 전보다 28.2% 증가했다. 업체별 수주잔량도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의 순으로 국내 업체들이 1위부터 4위까지 휩쓸었다.
한국 조선업이 10년 만에 호황을 맞고 있지만, 조선업계의 속내는 편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원유와 후판 등 원자재 가격도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지난해 선박 발주량이 대폭 늘었지만,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다. 선박 제작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올 상반기까지 3차례 연속 가격이 오르면서 2020년 대비 2배로 뛰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글로벌 경기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 업종이라 몇 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며 이제 신규 인력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역대급’ 수주액을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 납기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 이번이 한국 조선업의 마지막 호황이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