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 확산에 유가·주식↓ 환율은↑ … 물가는 급등하는데 중산층 근로자 소득은 되레 감소 [한강로 경제브리핑]

코스피가 2,300선 아래로 하락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는 폭락했고, 주식 역시 떨어지며 코스피는 1년8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2300선이 무너졌다. 반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확실해지며 환율은 급등했다. 경기침체 우려속 물가급등은 이어지면서 중산층 근로자 소득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는 7일 이같은 경제상황을 다루었다. 

 

◆경기침체 공포 확산…코스피 1년8개월만에 2300선 붕괴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며 코스피가 2300선까지 무너졌다. 종가 기준으로 23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1년8개월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10원을 돌파하며 또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도 폭락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2341.78) 대비 49.77포인트(2.13%) 내린 2292.01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0.5% 낮은 2330.11로 출발해 오전 내내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이 확대됐고, 장 막바지에는 2300선 마저 붕괴됐다. 코스닥은 바이오주의 선방으로 코스피 대비 낙폭이 적은 0.84%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6.0원 오른 달러당 1306.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8.2원 오른 1308.5원에 거래를 시작한 지 약 2분 만에 1311.0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30일 기록했던 장중 연고점(1303.7원)을 4거래일 만에 경신했다. 

 

5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8.2%(8.93달러) 떨어진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100달러 미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11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WTI는 장중 한때 10% 넘는 하락 폭을 보이기도 했다. 9월물 브렌트유도 9.5% 하락한 배럴당 102.7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는 지난달 초 120달러를 돌파했지만, 이후 러시아산 원유수입 제재 등으로 공급 우려가 지속하고 있음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최근 원유 선물의 매도세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다. 40년 만의 최악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침체의 징조로 받아들여지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도 일어났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연 2.792%를 기록해 10년물(2.789%)을 역전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자산시장이 침체되면서 국내에서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계 여유자금이 안전자산 쪽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올해 1분기 기준 순자금 운용액은 6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1조1000억원) 대비 9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가계의 여유자금(순자금운용)이 늘어난 것은 재난지원금 등으로 가계 소득은 늘어난 반면,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마저 규제에 막히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영향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지난해 2분기 21.6%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던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펀드의 비중은 올해 1분기 20.1%로 떨어졌다. 반면 예금(41.8%) 비중은 1년 전(41.0%)이나 직전 분기(41.0%)보다 늘었다.

먹거리 물가 오름세가 지속 중인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는 급등…근로자 소득 감소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의 소득 상승이 물가가 오르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사실상 월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한 도시에 거주하는 근로자 가구(가구주가 근로자)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71만4300원으로, 1년 전보다 6.4% 증가했다. 반면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542만4000원)은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실질소득은 소득 하위 20%(1분위)와 상위 20%(5분위)를 제외한 중산층 가구에서는 오히려 1년 전보다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위별로 보면 2분위 도시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311만)이 1년 새 1.6% 감소했다. 3분위도 실질소득(444만8000원)이 1.0% 줄었고, 4분위 실질소득(614만1000원)은 2.8% 감소했다. 반면, 1분위 실질소득(178만6000원)은 0.9% 증가했고, 5분위 실질소득(1162만7000원)은 8.6%나 뛰어올랐다.

 

정부 지원을 주로 받는 1분위나 소득 수준 자체가 높은 5분위는 실질소득이 늘었지만, 근로소득에 의지하는 중산층 근로자 가구는 물가 상승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 지역의 경우 농촌 등 지역보다 물가가 높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질소득 감소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분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4% 상승하며 2분기 기준으로 2001년(5.0%)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5%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23년7개월 만에 6.0%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가계 살림살이는 더욱 빠듯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은 더욱 가파르다. 이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발표한 ‘양념채소 7월호’ 자료에 따르면 이달 양파 1㎏(상품 기준)의 도매가격은 1350원 내외일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평년(743원)의 같은 달보다 81.7% 높은 수준이다. 마늘 도매가격도 상품 기준 1㎏당 8500원으로 평년 같은 달(5961원)보다 42.6%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