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과 헐크 등 마블 1세대 히어로가 떠난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가 네 번째 솔로 영화로 돌아왔다. 마블 히어로 군단 중 단독 영화를 네 편이나 낸 것은 토르가 처음이다. 토르는 2011년 ‘토르: 천둥의 신(169만명)’을 시작으로 2013년 ‘토르: 다크월드(304만명)’, 2017년 ‘토르: 라그나로크(485만명)’ 등 차곡차곡 서사와 팬덤을 쌓아왔다. 특히 판타지와 정극으로 영웅담을 그렸던 1·2편과는 달리 3편부터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토르에 코미디 요소와 하드록 음악을 결합하며 흥행을 이끌어냈다.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은 와이티티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서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유쾌함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들고 돌아왔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토르 4’는 개봉일인 전날 관객 38만2000여명을 동원해 ‘탑건: 매버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새로 돌아온 토르가 지난 5월 극장가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린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명)를 넘어 영화계 최대 성수기 7∼8월을 뜨겁게 달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사랑’
◆강인한 ‘여성’과 ‘아이들’
영화 한 축이 고르와 토르의 전투라면 나머지 한 축은 토르와 전 여자친구 제인 포스터 박사의 러브스토리가 맡는다. 8년 만에 토르와 재회한 제인은 암 말기 환자지만 토르에게 보호받는 존재 혹은 악당과 싸우는 토르를 응원하며 용기를 불어넣는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그에게 ‘여자 토르’가 아닌 ‘마이티(mighty·강력한)’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새로운 영웅 탄생을 알린다. ‘마이티 토르’가 된 제인은 전설이 된 토르의 옛 무기 ‘묠니르’를 들어올려 고르와 대적하고, 인간 신분으로 신들의 땅 발할라에 입성한다.
고르가 관객에게 신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면, 제인은 삶에 대한 의지와 인류애, 강인한 용기로 신과 인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진정한 신의 의미를 보여준다. 제인을 연기한 내털리 포트먼은 이번 작품을 위해 고난도의 훈련을 했다며 “내 인생 처음으로 강해진 느낌이 든다. 다양한 모습의 여성 슈퍼 히어로가 영화에 더 많이 생길수록 좋다”고 말했다.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악당
“마블 역사상 최강, 최고의 악당이 될 것”이라는 감독 말처럼 고르의 존재감은 토르를 압도하다 못해 능가한다. 영화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배트맨 역을 맡았던 크리스천 베일이 이번에는 섬뜩한 악당, 고르로 열연했다. 체중 감량과 삭발을 감행하며 빚어낸 크리스천 베일식 악당은 비쩍 마른 몸에 서늘하고도 슬픈 눈, 낮은 목소리, 원숙한 연기가 어우러져 기이하면서도 선명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특히 노련하고도 호소력 짙은 연기는 악인임에도 고르 행보를 납득하게 만든다. 감독 역시 새 악당의 지나간 사연을 오랜 시간 설명하며 설득력과 존재감을 높이는 데 공들였다. 와이티티 감독은 “고르의 차별점은 동정심을 가졌다는 데서 온다”며 “(고르의) 행동이 옳지 않은 방법이긴 하지만 신들이 제대로 인간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