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첫 외교무대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선택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이 점점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 다양한 이슈들을 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 신정부의 대외정책이 글로벌 범위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는 국제정세가 도래했다. 향후 나토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기구 및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나토의 전략개념에서 중국이 ‘구조적 도전’으로 명시됐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는 미·중 간 패권 다툼의 블록화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원인은 일차적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정책에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었다. 또 다른 원인은 최근 유럽에서 많은 국가가 중국을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이 자국 자본을 유럽 국가들에 투자하면서 관계가 상당히 좋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 자본이 유럽 기업들을 인수하고 유럽 경제를 잠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터키),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은 여전히 중국과의 경제관계에 의존하고 있지만, 독일 등 기타 유럽 국가들은 중국을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체제 간 갈등구도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으며, 유럽은 중국을 위협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한·중 관계 관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미·중 간 균형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거 박근혜·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 외교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에 대한 기대가 존재했었고 한·중 경제관계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중 관계는 G2(주요 2개국) 협력관계였으며, 한국은 미·중 간 외교적 공간을 누릴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시작됐지만 미국은 독자적인 중국 때리기를 추진했기 때문에 한국의 부담은 크지 않았다. 이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견제에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