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돼지심장 이식’ 美 남성, 사인은 ‘심부전’”

메릴랜드대 의료진 “거부반응이 아니라 심근 문제”
“거부반응·감염 막으려 쓴 약물 반응서 비롯된 것”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이 집도의 바틀리 그리피스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볼티모어=AP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 받았던 미국 남성이 두달만에 사망한 원인은 거부반응이 아니라 심부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거부반응이나 감염을 막으려 쓰인 약물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게 의료진의 추정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메릴랜드대 의료진은 지난 3월에 숨진 데이비드 베넷(57)의 사인을 심부전으로 최근 결론지었다.

 

부검 결과, 그의 신체에서는 통상적인 심장 거부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심근(심장벽 근육)이 두꺼워졌다가 경직됐던 흔적이 있었다. 

 

이는 거부나 감염을 막으려 쓰인 약물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의료진은 추정했다. 이런 반응 때문에 심장이 피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료진 중 1명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려 노력 중이다. 답이 딱 한개는 아니다”라면서도 “두달 동안 그는 회복하면서 잘 지내는 것으로 보였다. 만약 그의 심장이 갑자기 멈춘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면 그가 퇴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6월호에 실렸다.

 

또한 의료진은 돼지 심장에서 잠복기 감염(무증상 감염)으로 인한 DNA(디옥시리보핵산)를 찾아냈다고도 밝혔다. 

 

다만 이 DNA가 심부전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의료진은 5월에도 이식된 돼지 심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DNA를 발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바이러스는 돼지 싸이토메갈로바이러스라고 불리는 것으로, 의료진은 직접적으로 양성 감염을 일으켰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동물-인간 간 장기 이식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새로운 형태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앞서 베넷은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 받았으며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가족과 여러 시간 대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달만인 3월 8일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