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에 일본이 큰 충격에 빠졌다.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 일반 시민들까지 용납할 수 없는 만행에 분노를 표시했다.
◆연설 시작 후 두 번 총성… 아베 피범벅
피습 현장에 있었던 호리 이와오(堀井巖) 참의원(상원) 의원 등 자민당 관계자와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19분쯤에 유세장인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인근 로터리에 도착했다. 시 중심부에 있는 이곳은 선거 때면 유세가 많이 열리는 곳이다.
당시 가까운 곳에서 연설을 지켜봤던 한 여성은 NHK 방송에 “연설을 하는 아베 전 총리 뒤편에서 한 남자가 다가왔다”며 “첫 발에는 쓰러지는 사람이 없었고, 두 발째에 아베 전 총리가 쓰러졌다”고 했다. 이어 “쥐색 티셔츠, 황토색 바지 차림의 남자(야마가미 데쓰야)는 도망가려고도 하지 않고 그곳에서 서서 총을 내려 두고 있다가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제압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불꽃놀이처럼 ‘뻥’ 하는 소리가 두 번 났다.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피스톨(권총)보다 큰 무엇인가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의료진으로 보이는 이들이 심장 마사지로 추정되는 응급조치를 했고, “의사가 없느냐”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에는 쓰러진 아베 전 총리 주변으로 몰려든 선거운동원과 자민당 관계자들 외에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베 전 총리는 오른쪽 목에서 총상과 출혈이 확인됐고, 왼쪽 가슴 부위에 피하 출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알이 목에 명중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총격 약 15분 만에 도착한 응급차에 실려 이송됐다.
◆“민주주의에 도전, 용납 못 해”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오는 1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이틀 앞둔 상황임에도 여야 할 것 없이 주요 정치인들은 유세를 중단하며 한목소리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야마가타(山形)현 사가에(寒河江)시에서 유세 중 보고를 받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헬기를 이용해 급히 도쿄로 돌아오면서 각지에서 유세 중이던 각료들도 소집했다.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泉健太) 대표,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郎) 일본유신회 대표 등도 가두연설을 중지했다.
경제계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쿠라다 겐고(櫻田謙悟) 일본경제동우회 간사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폭력으로 상황을 바꾸는 것은 정치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마쓰모토 마사요시(松本正義) 간사이(關西)경제연합회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폭력적인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불안도 커져 도쿄의 한 50대 여성은 요미우리신문에 “오싹하다. 이런 일로 세상이 불안해질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