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구심점 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총리가 전직 해상자위대원 총격을 받고 생명이 위중한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30분쯤 나라(奈良)현 나라시에서 참의원(상원) 선거(10일)를 앞두고 가두 유세를 하던 중 해상자위대원 출신의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가 쏜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야마가미는 2012∼2015년 해상자위대 대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살해할 생각으로 (총을) 겨눴다”며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信條)에 대한 원한 때문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방 유세 중 급거 귀경해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들었다”며 “아베 전 총리가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가 이뤄지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최대한 엄중한 말로 비난한다”고 규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한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이자 일본 우익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자민당 내 대표적 반한(反韓)·강경 인사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이끌고 있어 2020년 9월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상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총리 재임 기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동아시아에 파문을 일으켰으며 한국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판결에 반발해 수출제한 조치를 내리는 등 재임 중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