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현직 대표가 당 윤리기구의 중징계로 직무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새 정부 출범 59일 만에 당수의 당원권 정지로 국민의힘은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당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급락하는 대통령 지지율과 맞물려 정부와 여당의 ‘집단 위기’라는 경고를 내놓는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8일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 대표는 반년 동안 직무 수행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대표직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윤리위 징계 결정으로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만큼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갤럽이 이달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설문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한 결과, 37%가 긍정, 49%가 부정 응답을 했다. 이는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직무 수행 평가가 30%대로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 대표 징계를 둘러싼 당 내홍과 인사 문제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사와 관련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통화에서 “당과 대통령실이 서로 지지율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며 “여의도 정치에 서툰 윤석열정부는 국민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갈등만 커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한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