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에 발목 잡힌 이준석… 결정타 된 ‘7억 투자각서’ [여당 대표 사상초유 중징계]

윤리위, 이준석 중징계 왜

李 “사실확인서 몰라” 소명 불구
‘金 단독 판단 아니다’ 판단한 듯
윤리규칙 4조 1항 ‘명예 실추’ 근거
향후 성상납 의혹 수사 결과 주목
혐의 벗을 땐 윤리위 역풍 불가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8일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을 알리는 표지판 모습. 남제현 선임기자

‘성 상납 의혹’이 아닌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는 성 상납 의혹에 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면서도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한 장모씨를 만난 과정과 둘 사이에 오간 각서,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김 실장에게 ‘당원권 2년 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끌어냈다.

‘7억원 투자유치 각서’와 ‘성 상납은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의 대가성이 없다는 김 실장과 이 대표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 대표가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성 상납 의혹을 벗을 경우 윤리위와 징계를 압박한 이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당 윤리위원회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리규칙 4조(품위유지) 1항을 근거로 이 대표와 김 실장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이 대표와 김 실장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 윤리위원회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징계심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하지 않았다”며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밝혔지만 사실상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짙다는 판단이 중징계 결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성 상납이 없었다면 증거인멸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7억원 투자유치 각서와 사실확인서가 결정적인 물증으로 작용했다.

윤리위는 이 대표가 장씨를 만나는 데 김 실장을 보낸 점, 김 실장이 장씨에게 7억원 상당의 투자 유치 약속 증서를 작성, 장씨가 ‘성 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 작성, 김 실장이 장씨의 약속 증서 이행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대가 관계가 없다는 김 실장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리위는 또 김 실장의 약속 증서 작성과 사실확인서를 받은 경위를 몰랐다는 이 대표의 소명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공동취재

변수는 이 대표와 김 실장을 향한 경찰의 수사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최근 성 접대를 제공했다고 밝힌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서울구치소에서 두 차례 접견 조사하는 등 이 대표 관련된 주변 수사를 마친 상황이다. 사실상 이 대표의 소환 조사만 남은 상황에서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와 성 상납 의혹이 경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대표는 법적으로, 정치적으로도 모두 책임을 져야만 한다. 대신 사건의 출발점인 성 상납 혐의가 검경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입증되지 않고 이 대표의 혐의가 벗겨질 경우 윤리위 징계를 주도한 이들을 향한 정치적 역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