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가 너무 올라서 음식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서울 동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60대 백모씨는 최근 식용유를 구매하면서 깜짝 놀랐다. 18ℓ짜리 업소용 식용유 가격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2만5000원이었지만 7만원대로 3배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식용유뿐만이 아니다. 주재료인 고기는 물론, 채소 등 부재료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2월 한 포대(20㎏)에 2만1000원이던 밀가루는 지난달 3만원을 넘어섰고, 상추는 한 박스(4㎏)에 2만원이었지만 이젠 8만∼10만원으로 4배 이상 올랐다. 돼지고기는 ㎏당 2만원에서 3만원으로 뛰었다. 백씨는 재료비 장부를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10일 통계청의 지난달 품목별 물가 상승률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4.8% 뛰었다. 대표적으로 많이 오른 품목은 감자 37.8%, 밀가루 36.8%, 배추 35.5%, 돼지고기 18.6% 등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올해 초에 마트에서 튀김가루(1㎏)를 샀을 때 2200원 정도였는데, 지난 주말에 갔을 때 3200원이었다”며 “고기부터 채소, 해산물 등 안 오른 재료가 없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급등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1일부터 전기요금이 1킬로와트시(㎾h)당 5원 인상되면서 전기를 많이 쓰는 PC방, 노래방, 24시간 음식점 등의 부담은 더 커졌다. 경기 용인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30대 김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24시간 영업을 했지만, 최근 손님이 적은 새벽엔 문을 닫고 하루 15시간만 운영한다. 에어컨과 100대의 컴퓨터를 계속 돌리기에는 전기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전기료를 400만원가량 지출했는데, 앞으로 매달 30만∼40만원 더 나갈 것 같다”며 “코로나19 피해를 좀 회복할 줄 알았는데 하필 이때 전기료가 올라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5% 인상이 확정되자 자영업자들은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은 심야에 물건 가격을 3∼5%가량 올려 받는 ‘할증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며 편의점 본사 측과 협의해 심야에 물건 가격을 올려 받겠다는 입장이다. 전편협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금까지 지급하는 상황에 최저임금 5% 인상은 모두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고정비 상승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무인점포 및 1인 가게로 전환하는 업체들도 속속 늘고 있다. 세탁소, 밀키트 판매점, 꽃집, 휴대전화 매장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인화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샐러드 가게도 최근 직원을 내보내고 키오스크를 설치해 낮에는 유인으로, 저녁 이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장 A씨는 “포장이 많은 가게 특성상 키오스크를 설치해 일정 시간 동안 무인가게로 운영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도 줄고, 저녁 시간엔 신경을 덜 써서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이 계속 커지는 만큼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고임금·고금리 등 자영업자들에게 악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폐업이 속출하고 자영업자들의 부채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물가·경기·부채 등을 함께 바라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