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통화량 30조원↑… 안전자산으로 ‘역머니무브’ 가속

월간 증가폭 6개월 만에 최대

시중 통화량 전년비 9.3% 늘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21조원
요구불예금 7조4000억원 증가

외인 주식자금 30억달러 순유출
채권 투자금은 22억달러 순유입
5월 시중에 풀린 돈이 반년 만에 가장 크게 불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지면서 개인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매도해 예·적금에 넣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2년 5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5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균잔액)은 광의통화(M2) 기준 3696조9000억원으로, 4월보다 29조8000억원(0.8%) 늘어났다. 월간 기준 증가 폭은 지난해 11월(45조6000억원) 이후 6개월 만에 최대다.

 

M2 기준 통화량은 지난 3월 전월보다 0.1% 줄어들면서 3년6개월 만에 감소했다가 4월부터 다시 증가 전환해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5월 시중 통화량은 1년 전과 비교하면 9.3% 많은 상태다. 전월의 증가율(9.4%)보다는 소폭 둔화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량이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을 의미하며,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21조원, 요구불예금이 7조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MMF는 8조1000억원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만기가 짧은 예·적금이나 요구불예금 등으로 자금이 옮겨갔다는 의미다.

경제주체별로는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2조1000억원, 기업이 13조7000억원 전월 대비 통화량이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금리가 오른 데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때문에, 기업은 금융지원과 운전자금 관련 대출 증가로 정기 예·적금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소상공인 손실 보상 관련 집행 자금 등이 지방자치단체에 유입된 영향으로 기타부문에서도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7조9000억원 늘었다.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이 포함된 협의통화(M1) 평균잔액은 1373조9000억원으로, 한 달 새 0.5% 증가했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주식 거래나 부동산 자금 등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쉬운 자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도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 격인 채권으로 ‘머니무브’가 계속됐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은 30억1000만달러 빠져 나가면서 5개월 연속 순유출됐다. 6월 말 원·달러 환율(1298.4원)을 기준으로 보면 약 3조9081억원이다. 5월(12억9000만달러)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순유출 폭이 확대된 셈이다.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은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22억3000만달러 순유입됐다. 채권 투자자금 순유입은 18개월째 이어져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주식 투자자금의 순유출 폭이 확대되고, 채권 투자자금의 순유입 폭이 5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6월 전체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1개월 만에 순유출(7억8000만달러)로 전환했다.

우리나라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물 기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월평균 48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로, 지난 5월보다 4bp 더 높아졌다. 이는 2018년 4월(49bp)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으로, CDP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경제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