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 출범 이후 각 시·도 정무직 공무원, 산하 기관장·임원의 자리를 놓고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들의 임기를 단체장과 일치시키는 특별 조례를 발의했다. 그동안 임명권자와 정무직 인사 간의 임기 불일치로 발생하는 일명 '알박기 인사' 폐해를 해소하고, 단체장 교체 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대구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구광역시 정무·정책보좌공무원,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특별 조례안'(임기일치 조례)을 발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조례안은 정무·정책 보좌공무원은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시장 임기 개시 전 임기를 종료하도록 명시했다. 또 출자·출연기관의 장과 임원은 임기를 2년으로 해 연임할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는 경우 남은 임기에도 불구하고 시장 임기 개시 전 임기를 종료하도록 규정했다. 시정 교체기에는 사실상 단 하루도 ‘불편한 동거’를 허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임기 일치 조례는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제294회 임시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조례가 통과하면 시 산하 공공기관 혁신에 대한 기본 틀이 어느 정도 잡힐 것이라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홍 시장이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기관장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승익 대구문화재단 대표를 비롯해 박인건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 박상철 대구관광재단 대표는 지난 1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최근 대구시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도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홍 시장은 “정무직과 산하 단체장 임기를 선출된 단체장 임기와 일치시켜 알박기 인사를 금지하도록 하고 더는 블랙리스트 논쟁이 없도록 단체장·정무직·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조례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양심적인 공직자라면 으레 그렇게 해야 하는데, 임명권자가 바뀌었음에도 임기를 내세워 비양심적인 몽니를 부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당선자 시절 양승조 지사가 임명한 공공기관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도높게 사퇴를 압박했다. 충남 도내 공공기관은 4개 의료원과 체육단체 포함 총 24개 자리로 이중 임기가 올해 끝나는 기관장은 6명에 불과하다. 김 지사는 앞서 당선자 시절 “지사와 함께 도정에 참여한 사람은 지사가 떠날 때 같이 떠나는 것이 상식”이라고도 했다.
전북에서는 아직 산하기관장들의 줄사퇴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김관영 신임 전북도지사가 취임한 만큼 전임 도지사 시절 임용된 기관장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재신임을 묻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취임 후 “전임 시장과 함께했던 분들이 스스로 거취를 선택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8기 시정 변화 흐름에 맞춰 전직 시장과 일했던 산하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강동필 영남대 겸임교수(행정학)는 “전직 단체장이 정무적으로 임명한 인사는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산하기관장의 임기를 전·후반기 2년씩으로 바꿔 단체장 교체 시기와 맞추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