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 만들 것”… 대구 방화범, 5개월 전부터 범행 계획

대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참사
건물주 등 5명 소방법 위반 입건
지난 6월 16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화재 참사 방화 용의자 천모(53·사망)씨는 사건 발생 5개월 전부터 방화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천씨는 범행 전 “변호사 사무실을 불바다로 만들기 위해 휘발유와 식칼을 구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노트북에 지난 1월쯤 작성하기도 했다.

대구경찰청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천씨의 주거지 등에서 확보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분석한 결과 그가 지난 1월쯤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썼고, 휘발유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분석했지만, 정확한 구입장소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또 천씨가 유리 용기에 담은 휘발유를 변호사 사무실(203호)이 있는 빌딩 2층 복도에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으며, 사무실로 들어가 추가로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숨진 7명 모두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확인했다. 현장에는 천씨가 사용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칼이 있었고 사망자 중 2명의 신체에 손상이 있었지만, 이는 직접적인 사인은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 6월 10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 앞에 인근 법무사 사무실 직원이 놓고 간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불이 난 건물의 주인 A씨를 비롯해 건물관리인, 사설소방점검업체 관계자 2명 등 건물관리에 책임이 있는 5명을 소방시설법·건축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평소 비상구로 통하는 통로와 유도등 등을 사무실 벽으로 가로막은 채 건물을 사용하거나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숨진 방화범 천씨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앞서 지난 6월 9일 오전 10시 55분쯤 주상복합아파트 개발 사업 투자금 반환 소송에 패소한 천씨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7층짜리 법무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 203호에 휘발유가 든 용기를 들고 들어가 불을 질렀다. 이로 인해 천씨를 포함해 당시 현장에 있던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