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초유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전례 없는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기록적인 물가상승세를 선제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다만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예고하는 등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전원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외 경기의 하방 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하고 광범위해졌다”며 “단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 또한 전례가 없다.
이 총재는 물가가 3분기 말∼4분기 초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하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25bp(1bp=0.01%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말 기준금리는 시장 예상대로 2.75∼3.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빅스텝으로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되면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4046억원 늘어난다. 이번 빅스텝을 포함해 지난 10개월간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뛴 만큼 이 기간 가계대출자 이자 부담은 24조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