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보호’ 4차 접종 대상 확대… 거리두기는 않기로

尹정부 첫 방역대책 발표

50세 이상·기저질환자 대상
확진시 7일 격리 의무는 유지
PCR 검사 확대계획은 미포함
병상확충은 유행 확대시 실시
두 달여 만에 신규확진 4만명↑
백신 회의론 커 참여율 미지수

최근 한주간 2만1604명 발생
초등생 1만477명 가장 많아
교육부 “곧 방학… 등교 유지”

인도서 첫 발생… 美 등 10國 확산
재감염·돌파감염 가능성 높아
WHO “코로나 비상사태 유지”
13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50대 이상과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으로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지 않는다. ‘과학방역’을 강조해 온 윤석열정부가 출범 후 처음 내놓은 코로나19 유행 대응책으로, 백신·치료제를 활용한 고위험군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조치는 없고, 4차 백신 접종 확대는 백신 회의론이 커진 상태라 참여율이 높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위험군 백신 접종·치료제 투여 확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에 따르면 4차 접종 대상에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장애인·노숙인 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자가 추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차 접종은 코로나19 중증을 예방할 수 있다”며 “정부는 대상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강력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8일부터 당일접종·사전예약이 가능하다. 3차 접종 후 최소 4개월이 지났거나, 감염 후 완치 3개월 이후 접종할 수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을 맞는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 부스터샷 효능이 검증되면 활용 백신은 늘어날 수 있다. SK바이오는 이날 스카이코비원 기본접종 후 3차 접종 시 중화항체 양이 2회 접종 직후와 비교해 2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팍스로비드 등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보다 많은 고위험군이 처방받을 수 있도록 기존 호흡기환자진료센터·상급종합병원 외 오는 20일부터 종합병원(327개소), 병원급(692개소) 등에도 공급된다. 다음 달부터 일반·집중 관리군 구분을 없애고, 집중관리군 일 1회 모니터링을 안 하는 대신 모든 확진자들은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대면·비대면 진료를 받는 체제로 정비한다.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는 해제 시 유행의 확산세를 부추길 수 있어 당분간 유지한다.

 

거리두기는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현 의료체계로 일 확진자 14만6000명까지 감당 가능할 수 있고,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낮으며, 백신과 치료제 등 ‘무기’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치명률이 증가하는 등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면 감염 취약계층을 겨냥한 ‘선별적 거리두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4차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예방접종 뒤 “국민 여러분의 많은 동참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병상은 재유행 시 확충… 4차 접종 참여 관건

 

정부가 고위험군 보호에 나선 것은 신규 확진자의 ‘더블링’(주 단위 두 배 증가)이 연일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만266명으로, 두 달여 만에 4만명을 넘었다. 파주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환자 112명 등 128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정부는 전파력이 지금보다 41.5% 높아질 경우 9월16일, 20만6600명 규모로 재유행이 정점을 지날 것으로 전망했다. 위중증 환자는 1200∼1450명, 사망자 수는 90∼100명대로 예측됐다.

 

정부는 유행이 확대되면 요양병원·시설은 면회 제한과 종사자 주 1회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감염관리를 강화하고, 병상 1400여개도 추가 확충한다는 계획은 세워놓았다.

서울 마포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단검사 확대 계획은 이날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병원 코로나19 검사 시 본인부담이 생기고, 격리 생활지원금도 축소돼 검사를 피할 수 있기에 무료 PCR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4차 접종 대상 확대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60세 이상 4차 접종률도 대상자 대비 35.7%에 불과하다. 50대 이상 누적치명률이 0.04%(평균 0.13%)로 높지 않고, 지금 백신이 BA.5 변이에 효과가 떨어져 접종이 저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못하면 민생에 피해를 안 주는 3T(검사·추적·치료)라도 강화해야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텐데 새로운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일주일 새 2.5배↑… 심상찮은 학생 확진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일주일간 학생 확진자도 직전 주보다 2.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주간 학생 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5주 만이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1주(5∼11일) 유치원생, 초·중·고등학교 학생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1604명으로 전주(6월28일∼7월4일) 8812명보다 2.5배 늘었다. 일평균 학생 확진자는 같은 기간 1259명에서 3086명으로 증가했다.

 

1주간 학생 확진자는 3월 둘째 주 4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5월 셋째 주(5월17∼23일)엔 1만명대(1만7675명), 6월 첫째 주(5월31일∼6월6일)엔 6000명대(6206명)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확산세로 돌아서면서 △6월14∼20일 5219명 △6월21∼27일 5376명 △6월28일∼7월4일 8812명 등으로 매주 확진자 규모가 커졌고, 이번에 2만명대까지 올랐다.

 

최근 1주간 학교급별 확진자는 초등학생이 1만477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6127명, 고등학생 4202명, 유치원생 723명, 특수학교 학생 등 75명 순이었다. 직전 주와 비교했을 때 △고등학생 2.8배(1510명→4202명) △중학생 2.7배(2274명→6127명) △유치원생 2.5배(289명→723명) △초등학생 2.2배(4716명→1만477명) 늘었다.

 

전체 확진자 중 18세 이하 비율은 21.8%로 직전 주보다 2.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최근 1주간 직원 확진자도 2580명으로 직전 주(1282명)의 2배가 넘었다.

 

다만 교육부는 당분간 등교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방학에 들어간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기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2학기 학사·방역 체계 부분은 방학 기간에 정리해 학교 현장에 안내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감염 상황을 보고 방역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EPA연합뉴스

◆BA.5보다 더 센 ‘켄타우루스 변이’에 긴장

 

코로나19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바이러스 BA.5보다 면역 회피력이 한층 강해진 ‘켄타우루스 변이’(BA.2.75)가 해외에서 확산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인도에서 처음 발생한 BA.2.75의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BA.2.75 확진 사례가 국내에서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영국, 미국 등 10개국에서 나타났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의 세부 변이로 이전 변이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인 ‘켄타우루스’라는 별칭이 붙었다. BA.2.75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일어난 변이가 기존 오미크론 변이나 세부 계통보다 많다. 더 많은 돌연변이 탓에 돌파감염이나 재감염 가능성도 높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바이러스학자인 톰 피콕 박사는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일어나면 일종의 ‘와일드카드’(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BA.2.75는 BA.5의 뒤를 이어 확산을 주도할 잠재 후보”라고 전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BA.2.75를 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이날 WHO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