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대만, 일본과의 반도체 협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칩4(Chip 4) 동맹’ 참여 여부를 한국 정부에 오는 8월까지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외교 채널을 통해 다음 달까지 칩4 동맹을 위한 실무자급 회의 등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에 참여 의사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계기로 확인된 반도체 공급난을 해결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3개국에 칩4 동맹 결성을 제안했다. 칩은 반도체를 의미하고, 4는 동맹국 숫자를 의미한다. 미국이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고 한국, 대만 등은 반도체 생산 강국이라는 점에 착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 체제 성격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이 참여국으로 포함된 데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는 사안인 만큼 참가 여부와 관련해 논의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칩4 동맹이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구축 및 반도체 분야에서의 대중 견제 성격을 띨 수 있는 만큼 동맹 가입 시 실익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가 지난 5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설립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에까지 참여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한층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미국의 칩4 동맹 추진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우리 기업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하청을 받아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하는 만큼 칩4 동맹에서 빠지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칩4 동맹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 “미국은 작년 6월 공급망 검토보고서에서 반도체 분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함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