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당 병상 수 OECD 평균의 3배…지역 간 의료격차는 여전

우리나라 인구당 병상 수 OECD 평균의 3배
2026년, 병상 8만여개 과잉공급 전망
의료자원 과잉 공급에 따른 과잉 의료이용 우려
다만 지역 간 편차 여전, 고난도 질병 환자 유출 높아
지역 간 의료자원 불균형 해소 과제
보건복지부. 뉴시스

우리나라 인구당 병상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상 과잉공급으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이용 증가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역에 따른 환자 유출 현상은 여전했다. 특히 난도가 높은 질병군이 거주 지역에서 입원진료를 받는 비율의 경우 지역 간 편차가 큰 것으로 조사돼 지역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보건의료기관은 9만6742개로 2016년부터 연평균 1.8%씩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과 병·의원, 요양병원 중에서 100∼299병상 요양병원의 연평균 증가율이 3.9%로 가장 높았다.

 

전체 병상 수는 68만5636개로 연평균 0.5%씩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3.2개로 OECD 국가 평균인 4.4개의 3.0배 수준이었다. 유형별로는 △일반병상이 30만3066개로 가장 많았고 △요양병상 27만1999개 △정신병상 8만2595개 △재활병상 1만4316개 등이었다. 이 중 요양병상은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5.3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고 OECD 평균(0.6개)의 8.8배에 달했다.

 

입원환자 수는 꾸준히 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한 모습이었다. 2016∼2019년 1280만명에서 1300만명으로 증가했던 입원환자는 2020년에 1130만명으로 줄었다. 입원환자 수는 줄었지만 입원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2016년 14.9일에서 2020년 16.1일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2019년 기준 OECD 국가 평균(8.0일)의 2배 수준이다. 평균 진료비도 같은 기간 226만원에서 343만원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자원공급과 의료이용 간에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병상 수가 많을수록 입원환자와 재입원환자, 예방 가능한 입원환자가 많은 경향이 있다 “고 설명했다. 의료자원의 과잉공급이 과잉 의료이용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박수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자원연구센터장은 “병상이 많아지는 건 고령화 (영향도) 있지만 의료정책의 영역이 많이 개입된다”며 “다른 나라들의 경우 커뮤니티 케어나 요양시설에 가야 하는 환자들이 우린 요양병상에 많이 있다”라고 부연했다. 복지부는 병상 수급을 분석한 결과 2026년 일반병상은 약 4만4000∼4만7000개, 요양병상은 약 3만5000개가 각각 과잉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병상은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 간 의료자원의 불균형 문제는 여전했다. 300병상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의 경우 환자가 거주 지역에서 입원진료를 받는 비율인 ‘자체 충족률’이 높았는데, 해당 병원의 절대적인 수는 늘고 있지만 취약지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2020년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진료권은 12개로 2019년(11개)과 2016년(10개)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자체 충족률은 대도시에서 대체로 높았다. △대구 88.7% △부산 88.6% △서울 87.7% △대전 85.6% △광주 84.3% △전북 83.2% △울산 83.1% △제주 82.7% 등이 높은 자체 충족률을 나타냈다. 반면 △세종 29.7% △경북 59.4% △충남 62.3% △전남 68.0% 등은 낮은 자체 충족률을 보였다.

 

치료 난도가 높은 전문진료질병군의 입원을 따로 살펴보면, 서울의 자체 충족률이 92.9%로 가장 높았고, 세종이 8.4%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대구(84.4%) △부산(80.2%) △대전(72.7%) 등은 70%를 넘었지만 △경북(25.6%) △충북(41.2%) △충남(42.1%) △전남(46.0%) 등은 50%를 밑돌았다.

 

송영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지역별 의료자원이 불균형한 건 사실”이라며 “여러 대책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