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강원 강릉시 소재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의 아들 우모(30대)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지면서 또 다시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권 대행은 자신이 우씨를 추천했다며 외려 더불어민주당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 대행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그 청년(우씨)은 제 지역구 사무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었다. 성실한 청년이었기 때문에 제가 대선 캠프 참여를 권유했다”며 “대선 캠프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개월 동안 밤낮으로 근무하며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한 청년이 정년보장도 없는 별정직 9급 행정요원이 됐다”며 “이를 두고 추측과 비약으로 정치공세를 퍼붓는 민주당이야말로 불공정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권 대행은 대학생 신분으로 청와대 1급 비서관으로 발탁돼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던 박성민 전 청년비서관의 사례를 언급했다. 권 대행은 “오히려 민주당에 되묻고 싶다”며 “25살 청년을 청와대 1급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은 공정한 채용이었느냐. 제대로 된 국정이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벼락출세한 청와대 1급 비서관보다 이 청년(우씨)이 대선 과정에서 흘린 땀과 노력, 시간이 절대 적지 않다”며 “낙하산 1급을 만든 민주당이 노력으로 성취한 9급을 감히 비판할 수 있느냐”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권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우씨가)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갔다”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한 10만원 더 받는다.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강릉 촌놈’이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라고 털어놨다. 그는 “난 그래도 (우씨를)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고도 부연했다. 권 대행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인사로 꼽힌다.
마찬가지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강원 동해 출신의 이철규 의원도 권 대행의 SNS글에 댓글을 달아 “민주당은 한 젊은이가 흘린 땀의 가치를 폄훼했다”며 “그는 대선 캠프는 물론 인수위 시절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첨언했다. 이 의원은 “그런 그가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것을 비난하는 행태를 보며 문재인 정권은 어떤 인연으로 25세 청년을 1급 비서관으로 채용하게 된 것인지 먼저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내로남불!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와 윤 대통령의 외가 6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시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여온 극우 성향 유튜버 안정권씨의 누나, 윤 대통령의 강원 동해시 지인의 아들 등을 직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밝혀져 사적 채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통령실 강인선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사적 채용 논란이라고 보도된 인사들은 모두 선거 캠프에서부터 활동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해 대선 승리에 공헌했다”며 “각자의 능력과 역량에 맞춰 공정하게 채용됐다. 그럼에도 이들의 임용을 마치 사사로운 인연으로 채용된 것이라며 사적 채용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에서 사람을 뽑을 때는 공채를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어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라며 “사적 채용이란 프레임 자체로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가 나오는데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맹폭을 퍼붓고 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강원지역) 지기 2명의 아들이 나란히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라며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겠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 부부는 즉각 사적으로 채용된 사람들을 모두 공개하고, 이들을 사퇴시키기 바란다”고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