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며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12년여 만에 6%를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이 거래절벽에 부딪힌 가운데 전세 매물 감소와 전세대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세입자들의 비명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는 전날 기준 연 4.010∼6.208% 수준이다.
더구나 현재 4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상단(6.208%)은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6.123%)보다 높고, 변동금리 상단(6.218%)과 불과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전세대출 금리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기관의 보증을 바탕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주담대보다 0.5%포인트 낮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부진한 가운데 전세대출만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은행들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금리 인하 등 우대 조치를 전세대출보다 일반 주담대에 집중하면서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발표된 6월 기준 코픽스에는 지난 13일 한은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다. 다음 달 중순부터 적용될 7월 코픽스에 빅스텝이 적용되면 금리 인상 곡선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주택 가격과 함께 전세보증금이 수년간 급등한 상황에서 전세대출 금리가 더 오르면 그만큼 세입자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달 말에는 새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된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로, 이들이 재계약을 하려면 시세대로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는 세입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월세(준전세·준월세 등 포함) 거래 건수는 4만208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4955건과 비교하면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도 지난해 35.8%에서 올해 39.9%로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