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구제’ 논란 진화 나선 김주현 “‘도덕적 해이’는 오해… 따뜻한 마음 가져달라”

‘청년특례 채무 조정’ 두고 형평성·도덕적 해이 논란 제기되자
“코인투자 실패자 대책 아냐” “대상 엄격 제한, 원금 탕감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와 관련된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공개한 금융 취약층 채무조정 지원대책을 놓고 도덕적 해이 유발 논란이 거세지자 “가상자산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18일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25조원+α’ 규모의 취약층 금융부담 경감 대책을 둘러싸고 ‘빚을 안 갚고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실을 좀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다 보니 발표 자료에 투자 손실 얘기가 들어갔다”며 “해당 표현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중 청년층 일부를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에 대해 “이번 채무조정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예정대로 채무를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든지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부실(우려)차주라면 실직, 생계, 학업, 투병, 투자 등 이유를 불문하고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부 지원 조치도 기존 제도 정신과 기본취지에 맞춰 설계됐다”며 “과거 IMF 위기, 코로나 사태 등 국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때에도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국민들이 힘을 모아 이 같은 지원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기존의 제도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방안은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실제 운영과정에서도 세밀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여러 지원 시스템을 통해 정상적으로 채무를 조정할 수 없다면 청산파산밖에 없는데, 조금 도와주고 채무조정을 해주면 우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이들이 파산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은 정말 상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금융취약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25조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대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설립해 연체 90일 이상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60~90% 수준의 과감한 원금감면을 실행하고, 청년·서민의 투자 실패 등이 장기간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자 온라인상에서는 정부가 ‘빚투’로 손실을 본 청년층에 대한 채무를 구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버티면 안 갚아도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금융위는 ‘청년 특례 채무조정’ 관련 세부 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조치는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채무 정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면서 해당 기간 이자율을 3.25%로 낮춰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원 대상은 정상적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있는 취약차주로 엄격히 제한된다”며 “원금 탕감 조치는 어떤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으며,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빚투족을 위한 세금 투입 아니냐’는 지적에는 “채무조정 시 감면분은 해당 대출을 취급한 금융회사가 부담을 나눠지게 되며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